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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이야기(Ocean)/한중일 크루즈(cruise)

[후쿠오카] 캐널시티 하카타에서 라멘먹기(라멘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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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야키점>

정오에 분수쇼를 봤으니 이젠 식후경! 점심은 이미 라멘으로 하기로 일행과 약속을 한 상태이다. 약속이 아니더라도 후쿠오카에서 라멘을 먹지 않고 돌아간다면 두고두고 섭섭할 일이다. 라멘을 먹기 위해 향하던 중 고소한 향이 풍긴다. 두리번~ 두리번~ 아하! 타코야키다. 세번째 일본이지만 처음보는 타코야키다. 사실 일본에서는 다른 것들보다 타코야키와 오코노모야키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 그동안 구경도 못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는구나. 반갑다! 돌돌 말아가며 만드는 모습만 봐도 재미있다. 망설임, 주저함 전혀 없이 타코야키를 먹으러 들어간다. 라멘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코야키 たこやき>

너무나 먹음직스럽다. 갯수에 따라, 얹어진 소스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우린 8개 짜리(500엔)로 주문했다. 2명이 8개를 먹고나니 한끼 떼운 것 같은 느낌이다. 싸게 한끼 떼우면서 맛도 즐길 수 있으니 이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라멘도 포기할 수 없다. ^^; 맛있게 먹어서 나오는 길에 웃으며 "おいしいです"로 인사한다. 사실, 아는 일본어가 몇 개 안되서 더 해주려해도 할 수 없다.

라멘을 먹기 전 5층에 위치한 라멘스타디움을 둘러봐야겠다. 물론 내가 먹을 라멘은 이곳이 아니지만 일본에서 유명한 라멘집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니 구경은 해봐야겠다.

<입구 간판>

라멘 스타디움에 온걸 환영한단다. 일본에 오기 전엔 라면이나 라멘이나 별반 다를바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외국어이니 다르게 불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먹어본 뒤 나의 결론은 라면과 라멘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인스턴트의 대표적인 음식이 라면이지만 내가 먹어본 일본의 라면은 쉽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 아니었다. 고기를 우려낸 국물에 생면과 생야채를 넣고 끓인 것이다. 조리과정 자체가 다르니 같은 음식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라멘스타디움 입구>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일본 라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각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라멘들을 지도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일본어로 설명이 되어 있어 알아볼 수 없으니 아쉽군.

그래도 일본 3대 라멘으로 일컬어지는 삿포로 라멘, 기타카타 라멘, 후쿠오카 라멘은 조금 더 유심히 바라본다.
일본 3대 라멘 가운데 2가지 라멘을 오늘 내가 접수한다!!!

<하카타(후쿠오카) 라멘 안내-1번>

 
<기타카타 라멘 안내-17번>
 
▶ 기타카타 라멘 맛보기







라멘스타디움엔 총 8개의 라멘집이 있다. 전국에서 유명한 라멘집들만 모아놓았으니 맛은 어느정도 보증되어 있지 않나 싶다. 이곳은 입점하기도 힘들 뿐더러 한번 입점했다고 해서 영원히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라멘스타디움을 찾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고 점수가 낮은 라멘집들은 즉시 퇴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개선을 위한 노력을 그만둘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인기끌고 나면 질이 낮아지는 그런 집들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한 곳은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우리 라멘집을 찾았습니다'라는 걸 바깥에 내걸고 손님들을 불러 세운다. 우리야 뭐 본다고 알 수 있는 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이런 것을 걸어놓으면 왠지 신뢰감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 욘사마가 있었다면 뭐 두번 생각할 것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라멘에 대한 설문조사대>

 
이곳 라멘에 대한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설문지와 필기구를 함께 놓아두고 있다. 당연히 일본어다.

 
<라멘 판매점>

한켠에는 라멘을 집으로 가져가서 먹을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무슨 라멘이 맛있는지, 인기가 있는지 잘 몰라 구경만 하다가 돌아왔다. 왠지 사서 가도 여기서 먹은 것 같은 맛은 안날 것 같다.

이젠 정말 우리의 점심 만찬을 위해 미리 찜해 둔 곳으로 향한다.

<라멘전문점 이치란 一蘭>

우리가 향한 곳은 '이치란'이라는 곳이다. 캐널시티에선 이치란에서 꼭 라멘을 먹어야 한대서 이 곳에 들어서자마자부터 찜해 놓은 곳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치란이 하카타 라멘으로 유명한 곳인줄로만 알았다. 원래 원조라는 곳은 우리동네의 시각으로 본다면 거의 허물어져가는 건물에 자부심으로 똘똘뭉친 입담이 센 주인 아주머니가 계셔야 하는데 컨셉이 너무 다르다. 너무 깔끔해서 접근하기 힘든 느낌이랄까.
알고보니 이치란은 일본 여러 곳에 분점을 두고 있는 50년 역사의 유명한 라멘 체인점이다. 하지만 원래 시작이 후쿠오카에서 시작되었다하니 그 시작은 하카타 라멘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 이치란이 생겼을 땐 회원들만 찾을 수 있는 회원제 라멘집이었다고 한다. ㅎㅎ 라멘에 회원제라... 다행히 지금은 회원제가 아니라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라멘을 맛볼 수 있다.

<식권 자판기>

음식점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계산대와 점원인데 그 흔한 모습이 이치란에선 보이지 않는다.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손님으로 보일 뿐 우리를 위해 서비스해 줄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끊임없이 들리는 소리 'いらっしゃい'가 있다. 사람이 있긴 하구나. 이치란에 들어서면 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주문을 도와줄 자판기가 세워져 있다. 자판기의 천국이라더니 원 여기까지... 일단 이 자판기에서 식권을 구입(790엔)하고 다음 단계로 내가 원하는 맛을 선택하면 된다.

<주문방법 안내>

식권을 뽑고 나면 내 입맛에 맞게 맛을 선택하면 된다. 맛을 선택하는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너무도 친절하게 한글로 된 주문서도 마련되어 있으니 걱정 마시길...

1. 국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싱거운 맛/기본/짙은 맛
2. 기름기 정도? 없다/담백하다/기본/많다/너무 많다
3. 오스카란의 신맛? 없다/있다
4. ? 없다/약간/기본/2분의 1개 분/1개분
5. ? 없다/대파/실파
6. 차슈(돼지고기)? 없다/있다
7. 조미료 국물? 없다/2분의 1배/기본/2배/(   )배
8. 면의 감촉? 너무 질기다/질기다/기본/연하다/너무 연하다

정말이지 맞춤식 라멘이다. 간혹 일본 라멘이 너무 느끼해서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충분히 입맛에 맞게 맞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위해 특별히 조리해준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새롭기만 하다. 이젠 원하는 자리에 가서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참, 주문서는 제출해야겠지? ^^


<나만의 식탁>

이치란은 라멘의 맛으로도 유명하지만 특이한 식탁 구조로도 유명한 곳이다. 1인 손님에 대한 완벽한 배려가 엿보인다고나 할까. 도서관처럼 개인별 칸막이가 되어 있는 식탁에 자리를 잡고 버튼을 눌러 식탁 앞 구멍으로 주문서를 제출하면 된다. 함께가는 일행이 있어도 이곳에선 혼자서 먹어야 한다. 손님의 모습도, 종업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오로지 라멘의 맛만을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이치란 라멘집이다.

<이치란에서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

사실 혼자서 먹는 밥이 익숙치 않아 혼자서 먹어야 하는 경우 그냥 거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식당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서 한 그릇 후루룩~ 먹고 나오겠다. ㅎㅎ 요즘은 혼자서도 너무 잘 먹지만 말이다.


나는 2번에 자리 잡고 앉았다.

 
<개별 식수대>

각 식탁마다 마련되어 있는 식수대이다. 한 자리에서 주문하고, 물 마시고, 식사하고 끝맺음까지 모두 마칠 수 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어떻게 사용해야 하지? 혼자 이것저것 만져가며 고심했는데 ㅎㅎㅎ 옆쪽에 설명이 다 되어 있다. 맘이 앞서가서 주변에 있는 것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드디어 주문한 라멘이 나왔다!


3분 정도 기다렸나? 5분은 안 된 것 같은데... 나오는 형태도 특이하다. 꼭 도시락 같은 찬합에 담겨져 첫 눈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더 설레임을 가지게 하려 그러나? 따끈함이 손끝을 통해 내 마음까지 전달된다. 그래서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번 먹었던 기타카타 라멘과는 다른 모습이다. 가느다란 면이 잔치국수 같기도 하고, 어탕국수 같기도 하다. 에고 맛있겠다!


탁한 국물이 곰탕 국물 같기도 하다. 그런데 보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맛도 곰탕 국물에 다진 양념을 넣은 것과 같은 맛이 난다. 면도 우리동네에서 먹는 것보다 가느다란 면에 꼬불꼬불하지도 않다. 꼬불꼬불한 라멘의 면은 일본에선 기타카타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보다.


돼지고기를 우려낸 국물 맛이 우리에겐 익숙치 않은 맛이지만 일본 라멘의 대표적 국물 맛이니 일본 라멘을 선택했다면 이 맛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리라 본다. 일본인들은 우리 라면에 놀라고, 우리는 일본 라멘에 놀라고... ㅎㅎ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도 이렇게 많은 부분이 다르다. 사소한 작은 것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런 차이를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넓은 시각으로 일본을 볼 수 있을 것이고, 동시에 내 나라도 더 깊이 알아가겠지.

새로움을 맛본다는 면에서 이치란은 놀라웠지만 우리 정서엔, 아니 내가 가진 정서엔 어색함이 많이 느껴진다. 혼자였다면 모르겠지만 모름지기 식사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하면서 공유할 수 있는 '배를 채움'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밥상 머리 교육을 강조할 만큼 식사시간은 여러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게 인식되어 진다. 그런 우리나라 전통에 완전히 젖어 있어서인지 단순히 먹거리만 있는 식사는 아직 어색하다. 그렇지만 이치란에서의 점심식사는 안했음 아쉬웠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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