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가지고 온다는 말.
특히 여행에선 이별해야만 만남이 가능하다는 것을 온전히 말해주는 것 같다.
부다페스트와의 이별을 고하니 새로운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비엔나 서역은 확실히 부다페스트와는 달랐다. 일단 사람들의 행렬도 엄청났고, 시설도 현대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철도역과 같은 분위기라 굉장히 편안하게 비엔나와의 만남을 시작했다. 또 한가지, 한국 배낭여행객이 무지하게 많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귀에 익숙한 한국말들이 들리니 이곳이 비엔나라기 보다는 우리 나라같다는 인상이 더 강했다. 왠지 이곳, 엄청나게 맘에 들 것 같다.
호텔도 서역 바로 앞이라(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음) 힘들게 찾을 필요도 없다.
저녁즈음에 도착하여 빈 서역에서 5분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둠이 내리기 전이어서 좀 더 이곳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다페스트에서 너무 심하게 걸어다녀 다리가 빠져버릴 것 같았지만 1분 1초도 그냥 보내선 안된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쏘다녔다. 역을 벗어나니 배낭여행족들을 겨냥한 게스트하우스와 민박집, 유스호스텔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있었다. 아쉽게도 시가지는 토요일 오후라서인지 일찌감치 문을 걸어닫았다. 오스트리아인들의 노동과 여가에 대한 철저한 구분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아침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을 찾았다. 아풀사... 이 곳도 죄다 빵쪼가리밖에 없었다. 이거 먹고 어째 힘을 내라고... 한식까지는 상상도 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스프 정도는 있을줄 알았는데 국물있는건 찾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 국은 쳐다도 보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찾을 정도니 국이 없이는 밥을 먹지못하는 동생은 더욱 괴로웠으리라. 고작 3일 정도밖에 안됐는데 벌써...
아니나 다를까. 동생은 아침먹으러 가자하니 긴 한숨을 내쉰다. "언니야~ 난 밥 먹으러가는거 생각만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태어나서 지금껏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꼬박꼬박 밥과 국으로 떼운 우리 자매에게 아침에 빵, 특히 오스트리아의 딱딱한 빵은 쥐약이었다.
이색적인 것은 호텔의 웨이터들의 넥타이가 다 클림트의 그림이라는 거... 하기야 이 도시자체가 클림트 세상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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