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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프랑스(France)

[파리] 세느강, 퐁 데 자르(Pont des Arts)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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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에서 본 퐁 데 자르 다리>

'고작 4일 동안 파리에 묵으면서 보았다면 뭘, 얼마나 볼 수 있었을까. 그것도 하루는 시간을 쥐어짜듯이하여 파리 외곽으로 다녔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만 본다고 남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열흘 아니 일년을 있어도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짧은 시간 있었기에 더욱 짜릿하고, 더욱 귀하게 많은 것들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내가 보낸 4일 가운데 내가 가장 파리답다고 느낀 광경이 지금부터 펼쳐진다. 멋진 건물, 화려한 벽화, 우아한 예술품들로 꾸며진 박물관도 좋지만 내겐 이런 풍경이 더욱 기억에 남고, 아직까지도 웃음지으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으로 남는다.

<프랑스 학사원>

세느강에는 40여개에 가까운 다리가 줄지어 있다. 그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각각의 다리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매력들을 살피며 본다면 그 자체가 살아있는 예술품이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 어제 눈으로만 찜했던 퐁 데 자르로 향한다. 퐁 데 자르, 원어로 Pont des Arts라 일컫는데 '예술의 다리'라는 뜻이다. 세느강에 있는 36개의 다리 중 유일한 도보 전용 다리로 내 눈에는 가장 운치있고, 가장 멋들어진 다리로 보인다.



퐁 데 자르 다리(Pont des Arts)

퐁 데 자르 다리는 세느강의 양편을 이어주는 다리로 카루젤 다리(Pont du Carrousel)와 퐁 네프 다리(Pont Neuf)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퐁 데 자르 다리의 양 끝은 루브르 박물관과 프랑스 학사원으로 이어진다. 1800년경 지어진 퐁 데 자르는 주로 상류층 사람들의 산책로로 이용되었다. 과거 이 곳을 지나는 이들에게 통행료를 받았지만 현재는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두 번의 세계전쟁으로 많은 부분이 파손되었지만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보수, 확장되어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기도 하고, 상시 열리는 전시회도 관람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야말로 '예술의 다리'라는 이름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프랑스의 건축가 루이 알렉상드르가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박물관, 프랑스 최고의 학술기관을 서로 이어주고 있어서인가. 세느강의 다른 다리들에 비해 규모면에서는 조금 작아보이기도 하지만 그 위엄은 어떤 다리에도 뒤지지 않는 것 같다.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다과를 즐기기도 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사람, 캔버스를 들고 나와 세느강의 풍경을 담는 사람... 각각 자신들만의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서로 너무 잘 어울려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자유롭게 이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내가 찾던 파리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이 곳에서라면 나도 내 등 뒤를 누르고 있는 수 많은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편안하게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이 곳에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시떼섬의 초입과 그 사이를 걸치고 있는 퐁 네프 다리도 이제야 맘 놓고 편안하게 한번 쳐다보게 된다. 시떼섬을 몇 번이나 지나쳤는데 이렇게 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멀리보이는 노틀담의 첨탑이 구름 사이를 뚫을 것만 같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이렇게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우리네 남산처럼 이곳도 연인들이 사랑의 징표로 이렇게 자물쇠를 채우나 보다. '넌 내꺼야, 벗어날 수 없어~' 정말 저렇게 자물쇠를 채우면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적어도 채우는 그 순간은 그렇게 느껴지겠지. 아마도 더 의미가 있는 건 지금 이 순간 그들이 가지는 마음이겠지. 서로에게 신의를 다하겠다는 그런 마음의 약속. 얼굴도 모르는 그들이 이쁜 사랑을 하면서 언제까지나 영원한 사랑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행과 헤어져 혼자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혼자여행도 한번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도 할 수 있고, 잡다한 생각들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고, 그러면서 늘 함께 있어 몰랐던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아직 그런 용기가 없어 한번도 시도해보지 못했지만 '한번 해봐~?'하는 생각이 조금씩 떠오른다. 아~ 좀 더 이곳에서 편안하게 보냈으면 좋겠구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지라 다시 일어서 길을 간다. 파리의 마지막 밤을 멋지게 보내기 위해선 시간을 잘 지켜야 하니까...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래도 괜찮다. 퐁 데 자르는 꼭 한번 다시 드르게 될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니까...
그땐 그윽한 향을 지닌 프랑스산 와인과 책 한권을 들고 나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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