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소로 입구에서 본 하늘>
황금소로는 중세시대 연금술사들이 살던 마을이다. '난쟁이가 살던 곳인가?'하는 생각이 들만큼 하나같이 쪼그맣게 생겼다. 줄지어 있는 상점들도 몇 명만 들어가면 가득차버린다. 작은 집들의 아기자기함도 이 곳의 매력이지만 그보다 은은한 색들이 주는 어색하지 않은 강렬한 빛이 미지의 세계를 기대하는 관광객들의 기억에 더욱 크게 각인된다. 연금술사들의 집이었다고 하니 더욱 신비감이 감돈다. 이 곳은 들어서기 전에는 설레임을, 들어서고 나서는 중세의 고귀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한100여미터가 조금 넘는 골목인데 이 골목을 들어가는데도 입장료를 받는다. 물론 프라하 성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긴하지만.
황금소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파란색 페인트가 인상적인 22번가이다. 체코의 대표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그의 작품 [성(城)]을 이곳에서 집필했다. 카프카가 많이 사랑했다던 여동생의 집으로 한동안 생활하면서 2층에서 작품을 썼다고 한다. 한참을 이곳에 서서 사진찍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갑자기 푸시시한 머리를 한 카프카가 파란 벽의 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곳은 카프카에 관련된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중세에는 연금술사들과 성을 지키는 수비대원들이 거닐었다면 지금은 그때를 회상하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이곳을 거닐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추어 그들의 소박한 집들은 작은 상점들로 변신했다. 작은 상점들에는 체코의 대표 상품이라 할 수 있는 보헤미안 크리스탈과 함께 작은 소품들과 악기, 중세 기사들의 모형 등을 팔고 있다. 굳이 사지 않아도 눈요기거리로도 충분하다. 작고 아름다운 이 골목길에 카프카의 작업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념품점이라 볼거리가 풍부하다. 하지만 한켠으로는 뭔가 기념할 수 있는 상점이 아닌 다른 것들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뜻보기에 여기있는 악기들은 모두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것들로 보였는데 이것들 모두 팔고 있는 상품들이란다. 고전틱한 LP턴테이블이 눈에 쏙~ 들어온다.
성을 지키던 보초병들이 살던 곳이다. 작아보여도 나름 2층건물이다. 2층은 무기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프라하의 풍경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꼬마병정이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다.
한줄로 이어진 골목을 따라가다보니 중세시대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연결된다. 창이 나있어 그나마 밖을 바라볼 수 있던 곳도 있고, 작은 책상과 식탁이 놓여 최소한의 생활유지가 가능했었던 곳도 있지만 지하로 연결되어 어둠 속에서 어떤 희망도 피울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생활한 흔적도 남아있다. 그냥 눈으로 봤을 땐 빈공간인줄로만 알았는데 후레쉬를 터트려 사진을 찍으니 예전 고문 기계들과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해두었다. 깜짝놀랄 정도로 끔찍함을 느끼게 한다.
한국에서는 어떤 관광지를 가든 해골을 보기기 쉽지가 않다. 아니, 지금껏 살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선 해골장식이 간간히 보인다. 책에서 본 체코의 한 성당은 해골로 제대 장식을 해 놓은 것도 봤다. 우리는 표현하기를 꺼려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해놓는 그들을 보며 새삼 '다르다'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자꾸 봐서인가, 처음엔 보기 꺼려지던 것이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도 같다.
기다려야 하나? 갈 길을 가야하나?
사소한 고민도 여기선 큰 고민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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