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비>
일본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엔도 슈사쿠와 관련된 지역이다. 그가 쓴 [침묵]의 배경이 되었던 바닷가 마을을 중심으로 침묵 기념비, 엔도 슈사쿠 문학관이 있다. 종교관에 입각한 소설을 많이 썼지만 그 특유의 묘사성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특히 섬세한 심리묘사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찌르는 듯 리얼하게 묘사한다. 노벨문학상의 후보로도 몇 번 거론된 사람이다. 한번 읽은 책은 구석에 박아놓기 일수이지만 [침묵]은 3번이나 읽었다. 3번이나 읽은 나에게 스스로도 놀라지만,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너무나 놀랍다.
십자가로 엮은 두 개의 나무가 바다 속에 세워졌습니다. 이치소오와 모키치는 거기에 묶여지는 것입니다. 밤이 되어 조수가 밀려오면 두 사람의 몸은 턱 있는 데까지 물 속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당장엔 절명하지 않고 이틀 사흘씩 걸려 심신이 다 지쳐서 숨을 거두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장시간의 고통을 도모기의 부락민이나 다른 농민들에게 충분히 보여 줌으로써, 그들이 두 번 다시 가톨릭에 근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관리들이 노리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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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은 꼼짝도 안합니다. 파도가 그들의 발과 하반신을 적시면서, 어두운 바닷가를 단조로운 소리로 철썩이며 밀려왔다가는 밀려가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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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이 빠져 간조가 되었을 때 두 사람이 묶여 있는 말뚝만이 멀리 외롭게 우뚝서 있었습니다. 이제는 말뚝과 사람을 구별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모키치도 이치소오도 말뚝에 찰싹 달라붙어서 말뚝 자체가 되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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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다시금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여 바다가 그 검고 차디찬 빛을 더하고, 말뚝은 그 속에 가라앉은 듯 합니다. 흰 물거품이 이는 파도가 가끔 그 말뚝을 넘어 해변가로 밀려오고, 한 마리의 새가 바다에 닿을 듯 닿을 듯 스치면서 멀리 날아갔습니다. 이것으로써 모든 것은 끝났습니다. 순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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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비는 쉴새없이 바다에 내립니다. 그리고 바다는 그들을 죽인 뒤에도 오직 무섭게 침묵만 지키고 있습니다.
[침묵] 中에서
<침묵의 비가 있는 휴게소 입구>
조용히 엔도 슈사쿠를 기릴 수 있도록 되어있다.
왼쪽 사진 언덕 위에 조그맣게 보이는 건물이 엔도 슈사쿠 문학관이다. 가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가이드말로는 우리가 저기에 드르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 같아 제외시켰다고 한다.
<침묵의 바다>
그 혹독한 순교가 이루어진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고요하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세월은 약이 되었을까? 독이 되었을까?
<침묵의 바위>
중간쯤 보이는 바위가 침묵의 바위이다. 밀물이 되면 바위가 보이지 않고, 썰물이 되면 바위가 드러나는 곳, 그 때의 모습이 환영으로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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