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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마을 이야기(America)/쿠바(Cuba)

하바나 거리 곳곳에서 피어 오르는 예술의 향기(전통공예시장 & 하멜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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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sanos, fondo cubano

똑같은 길을 며칠 동안 다녔는데 이 자리에 이런 시장이 있는 줄 몰랐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을 파는 곳이란 생각에 눈요기나 할 요량으로 슬쩍 들어갔다. 입구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들이 많았지만 안으로 들어 갈수록 진귀하고 특성 있는 물건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짠 테이블보부터 천 번을 넘게 두드렸을 금속공예와 목공예, 가죽공예, 그리고 유리공예까지. 한참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았다. '거래는 흥정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깍아보려 했다가 큰 실수였음을 금세 알아챘다. 그들의 피땀이 담긴 작품으로 흥정을 하려 했다니... 속죄하는 맘으로 기쁘게 그의 작품을 집으로 데려왔다.

 

▶ 전통 공예품 시장 위치: 구글 지도에 표기되지 않음/ 오비스포(Obispo) 거리 중간 즈음

 

 

 

 

그러고 보니 하바나는 숨겨진 예술의 도시 같았다. 어쩌면 나만 몰랐었는지도 모른다.

골목골목에는 책방과 갤러리가 즐비하고, 하다못해 길거리 벽화마저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듯 하다. 유럽 여느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그라피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으면 벽화를 타고 이야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들이 가진 예술적 감성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긴 시간 독재정권과 경제제재로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그들에게선 그런 아픔과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예술이 그들 나름의 대처방식이 되었나 보다. 생필품을 비롯해 많은 것들이 부족(쿠바에서는 물 한병 사는 것도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하다 보니 재활용 예술품도 꽤 눈에 띈다.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좋다. 하루 온종일 박물관을 거닌 것 같고, 멋진 공연을 종류별로 관람한 것 같다.

 

 

 

내친김에 요즘 한창 뜨고 있다는 예술거리를 찾아 나섰다. 스페인 식민지가 된 후 흑인 노예의 이주가 많아지면서 곳곳에서 흑인 문화를 많이 살펴볼 수 있다. 재즈, 살사댄스를 비롯해 미술 양식까지... 뭔가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강한 아프리카의 느낌이 풍긴다. 그중에서도 아멜거리(Callejon de Hamel)는 쿠바에 남은 아프리카 문화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입구부터 오비스포 거리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시가향만큼 무거운 공기가 골목에 흘렀다. 가이드북에 적힌 "인산인해를 이루는 좁은 거리"는 대체 어디를 말하는 것이지? 눈으로 보이는 풍경은 분명 아멜거리였지만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거리의 풍경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여행자라곤 열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었고, 골목을 걸을 때마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따가운 시선이 꽂힌다. 오래 전 어느 늦은 밤, 신촌의 작은 놀이터에서 느꼈던 불안감과 경계심이 다시 떠올랐다. 하지만 곧 욕조에 담긴 '어린 왕자'에 완전히 무너졌다.

 

 

 

 

 

 

한편으로는 개성이 넘치고, 다른 한편으론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아멜거리.

그러면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벽화들과 리듬감 넘치는 음악소리, 간혹 옆으로 다가와 장난스럽게 말을 거는 청소년들, 알 수 없는 말을 떠들어대는 배우 우피 골드버그 같은 아줌마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묘한 곳이다. 그.런.데. 재밌다. 발끝에 힘이 들어가는데 입꼬리가 올라간다.

 

 

 

혼자 왔다면 제대로 돌아보기 힘들었을 것 같다. 같은 방을 쓰게 된 친구와 함께 긴장감 가득 채워 돌아본 거리지만 이 날 우리의 베스트는 단연 '아멜거리'였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하바나에서 꼭 여긴 가봐야 한다며 침을 튀기며 극찬했다. 뭐라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넘치는 매력이 가득한 하멜거리, 꼭 한번 찾아보면 좋겠다. 그대가 진정 짙은 하바나를 만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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