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쿠바 여행자들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여행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해 숙소를 정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쿠바엔 숙소가 널렸지만 여느 여행지 처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특히 최대한 저렴하게 여행하려는 가난한 배낭 여행자들에겐 더욱 더!
1. 쿠바에는 숙소가 널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숙소는 가서 정해도 된다고 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2. 쿠바의 숙소는 상태(질)가 천차만별이다.
3. 한국인들은 몇 몇의 유명한 숙소(블로그를 통해 알려진 몇 곳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거의 대부분이다).
4. 쿠바는 아직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아 개별 까사를 인터넷으로 예약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5. 대부분의 숙소에서는 조식을 제공하지만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숙소에서는 wifi가 되지 않는다.
※ 쿠바에서 여행자를 위한 숙소는 호텔(hotel)과 까사(casa)가 있다. 호텔은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까사는 일반인들이 본인의 집을 정부의 허가를 받아 숙소로 운영하는 곳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없는 곳이 많지만 건물마다 1-2곳의 까사가 있을 만큼 많다. 까사 표시를 보고 찾아가 방을 보고 싶다고 하고, 맘에 들면 'OK'하면 된다.
아무리 집이 많다 해도 저녁시간에 도착해서 집없는 신세로 홀로 이집 저집 떠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하바나로 향하기 전 딱 1박만 예약하고, 숙소 상태를 봐가며 계속 머무를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몇 곳의 호텔을 볼 수 있었지만 싼 가격의 숙소를 구하기 위해 '호스텔 월드' 앱으로 살펴본 뒤 한 곳을 결정했다.
▶ 호스텔월드: www.korean.hostelworld.com/
호스텔 멘도자(Hostal Mendoza)
1박에 15,000원도 하지 않는 숙소(조식 미포함)라니...
4층 건물(아파트)에 있는 숙소인데 주인은 2층에서 거주하고 4층에는 여행자들만 생활하는 아파트다. 방 2칸을 도미토리로 운영하고, 욕실 1개, 주방 1개, 거실을 이용할 수 있다. 침대로 가득한 방은 좁았지만 거실이 따로 있어 사용하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사실 이곳에서 묵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늦은 밤까지 놀고, 아침에는 늦잠을 자서 그런 듯 하다. 방에는 나름 에어컨과 금고도 있다. 하지만 이 곳에 묵는 사람들은 금고 따윈 신경쓰지 않는 듯...
주방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간단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고,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골목구경도 솔솔한 재미가 있었다.
이 숙소가 재밌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 보다 먼저 쿠바여행에 돌입했던 룸메이트들이 하바나를 알려주겠다며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던 것! 영국, 슬로베니아, 호주, 독일에서 온 그와 그녀들은 '오늘 밤은 바(bar) 투어야! 1곳에서 1잔의 럼주(rum) 마시기!'라더니 진짜 하바나의 바를 돌아다니며 딱 1잔의 럼주를 마시고 나오는 거다. 이제 막 하바나에 도착한 터라 피곤했지만 그들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아 3곳의 바를 함께 한 후 숙소로 돌아와 먼저 잠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처음으로 하는 바 투어 잊지 못할 것 같다.
쿠바여행을 마친 지금, 첫 번째 숙소는 다음의 숙소보다 좋지 않았지만(대신 훨씬 저렴했다) 함께 숙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참 재미있었다. 한국인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 친구들과 즐기고 싶다면 호스텔 월드 등의 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하룻 밤을 보내고 연장하려 했으나 이미 full booking이라기에 다른 숙소를 찾아야만 했다. 내가 다른 숙소를 찾아야한다니 함께 숙소에서 지낸 친구들이 숙소를 소개해준다며 몇 군데를 내게 알려줬다. 땡큐!!
하바나에서 이곳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자부하는 가장 유명한 숙소는 바로 까사 호아끼나(casa joaqina)
백발의 호아끼나 할머니(아주머니?)가 운영하는 까사인데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숙소 뿐만 아니라 여행정보도 가득해서 굳이 이 곳에서 묵지 않는다해도 다양한 정보를 얻고, 동행자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나 역시 숙소 정보를 알기 위해 찾아갔는데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깜짝 놀랐다. 숙소를 찾아주시겠다며 이곳저곳을 전화하시더니 5분만 기다리면 숙소 주인이 와서 날 데려갈거라고 하셨다. 정말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숙소까지 나를 데려가셨다.
까사 호아끼나에 가면 쿠바 여행자들이 직접 적어 둔 귀한 정보 노트가 있다. 각자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알아볼 수 있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이 노트를 사진으로 찍어 들고 다닌다.
★ 까사 호아끼나
- 1박 10쿡(아마도 쿠바에서 가장 싼 가격이다)
- 숙소의 질은 딱 싼 만큼이다. 하지만 까사 호아끼나는 언제나 만원이고, 침대가 없이 거실 소파에서 숙박하는 사람도 적잖다고 들었다.
까사 호아끼나 말고도 까사 요반나, 까사 시오마라 등이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까사다. 입구에 한국으로 안내된 곳도 있다. 한국인을 동행으로 구하고 싶다면 이 세 곳을 찾으면 된다.
내가 묵었던 두 번째 숙소. 세뇰 오스카(Senor. Oscar)의 숙소. 호아끼나 할머니가 소개해주신 숙소로 가니 정말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이 대만족이었다. 방에 딸린 욕실은 아니었지만 욕실이 여러 군데 있어 거의 우리만 쓰듯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 방에서 창으로 보이는 앞집 건물!
주인인 오스카 아저씨는 은퇴한 뒤 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바나에서 꽤 여유롭게 생활하는 듯 했고, 영어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아침 식사를 해 주시는 분이 따로 있어 아침마다 맛나는 식사를 준비해주셨다. 또 정수기가 있어 물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아침마다 기분좋게 식사를 준비해주셨던 분이다. 과일도 하나하나 설명해주시고, 피부에 좋고, 어디에 좋고, 이건 특히 여자들에게 좋으니 꼭 많이 먹어! 하신다. 식사를 너무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셔서 식탁을 찍고 있으니 당신을 찍으라며 이렇게 포즈까지 취한다. 흥이 넘치는 기분 좋은 분이다.
★ 오스카 아저씨 까사
- 1박 25쿡(방 하나가 25쿡(25달러)/ 혼자 쓰면 25쿡, 같이 쓰면 12-13쿡)
- 조식 3쿡
운좋게 까사 호아끼나에서 동행을 만나 숙소도 함께 쓸 수 있었다. 여기서 만난 3명의 쿠바 여행자들과 트리니다드까지 함께 다녔다.
동행자들 덕분에 용기를 얻어서인지 트리니다드 숙소는 미리 정하지 않고 가서 찾기로 했다. 일단 트리니다드에서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차메로(Sr. Chamero) 아저씨 집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4명이 택시를 함께 쉐어해서 갔는데(1인당 25쿡), 2명만 묵을 수 있다고 해서 2명은 차메로 아저씨 집에서, 나머지 2명은 인근의 다른 까사를 찾았다.
차메로 아저씨네 까사는 1층은 아저씨 식구들이 사용하는 공간과 작은 사무실, 주방으로 되어 있고, 2층에 숙박객들이 묵는다. 방은 2개였는데 우리가 묵을 때 3층 공사를 하고 있어 좀더 늘었을지도 모르겠다. 루프탑을 만든다고 했나?
2층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거실 같은 공간이 있고, 가이드북이 테이블에 한가득이다. 역시나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까사라 한국어 책들도 가득하다.
★ 차메로 까사(Hostal Anita y Chamero)
- 1박 20쿡(방 하나가 20쿡/ 2인이면 10쿡씩) 조식 미포함
- 조식 3쿡, 랍스터 석식 10쿡
- 투어신청 가능(낚시, 해변 등)
침대 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화장실도 공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주 깨끗했다. 더군다나 화장실이 포함된 방이라니... 쿠바에서...
차메로 아저씨 숙소의 조식, 온 식구가 조식 준비에 한창이다. 빵도 너무 맛있고, 계란 후라이, 커피, 쥬스 다 맛있다. 어느 하나 빠질게 없다.
차메로 아저씨네 까사의 인기 저녁식사, 랑고스타(랍스터 요리)
아침에 예약하면 저녁에 먹을 수 있는 랑고스타는 쿠바에서 단연 최고다! 10쿡(단돈 10달러)에 랍스터 튀김, 양념구이, 일반 찜, 탕에 후식으론 아이스크림까지... 완전 취향저격이다. 랑고스타 말고도 새우요리도 주문할 수 있고, 어떤 요리든 미리 주문만 하면 맛난 차메로 아저씨의 손맛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기서 숙박하지 않는 사람들도 저녁엔 차메로 아저씨네를 찾는다. 왠만한 식당보다 훨씬 낫다. 참... 아저씨가 직접 만드시는 칸찬차라는 술은 무한 리필이다. 넘 사랑스런 맛이다.
쿠바 집집마다 있던 인형들...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지 못해 아쉽다. 창틀이나 입구엔 항상 이런 인형들이 있다.
차메로 아저씨 까사의 장점은 푸근한 성품을 가진 아저씨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들이다. 물론 맛난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할머니(차메로 아저씨의 어머니)는 기념사진 찍자고 하니 잠깐 기다리라시더니 티셔츠를 갈아입고 오셨다.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너무 귀여우신 할머니... 여행에 대해서 여쭤봐도 너무나 상세하고 경제적인 방법을 잘 알려주셔서 다시 간다해도 찾아가고픈 곳이다.
아저씨 덕분에 트리니다드에서 하바나 공항까지 30쿡(혼자 이동)으로 갈 수 있었다. 마지막엔 진짜 오리지널 올드카를 타고...
호텔도 좋겠지만 쿠바에선 쿠바스러운 까사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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