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만나는 우연은 언제나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철저한 계획 속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것들보다 생각도 못한 것들의 우연한 어울림에서 긴 여운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
예컨데..
길을 걷다 만난 정체불명의 조형물에서 우연히 만난 태극기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한다.
또 하나.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던 어느 길에서 만난 오픈 마켓은 '잠깐 멈춤'이라는 큰 선물을 내게 던져주기도 한다.
여행이 가진 한계가 보이는 단면만으로 그 장소를 평가한다는 점이지만 사람냄새 나는 시장에선 그런 한계도 초월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작은 시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게 여행자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진정 오감을 자극하는 곳을 찾으라면 시장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
먹을 것, 입을 것, 즐길 것을 한 곳에 모아두고 사람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유혹에 약한 탓에 어김없이 시장 앞에서 무너져버렸다. '뮌헨의 빅토리엔 마르크트 앞에서 멈추지 않을 자가 얼마나 될까'라는 말로 합리화하면서 시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뭐니뭐니 해도 시장의 백미는 먹거리!
큼큼한 냄새에 고개를 돌렸더니 각양각색의 치즈들이 쫘악~
냄새도, 맛도, 지독히도 싫었던 치즈가 너무도 사랑스러운 요즘, 방앗간을 지날 수 없는 참새 마냥 치즈 앞을 서성인다.
길거리 노점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조립식 건물로 나름 뼈대를 갖춘 상점도 있다.
독일에선 꽤 신뢰를 받고 있는 유기농 매장, Lebe gesund. 말린 과일, 빵, 소스 등 각종 먹을 것들이 넘쳐난다.
알록달록한 파스타면을 보면 눈, 코, 입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말에 심히 공감이 간다. 본의 아니게 뱃속이 요동친다.
꽃으로 만든 인테리어 장식품인줄 알았는데 다가가 보니 각종 차(tea)들이다.
각종 허브차, 꽃잎차, 일본이나 중국산 차까지 무지 많은 차들을 꽃다발로 엮었다. 좋은 선물이 될듯 한데 먹기는 좀 아까울 듯도 하다.
나를 가장 흥분하게 만든 과일과 채소들.
유럽의 채소와 과일들은 어찌나 그 색이 영롱한지. 놀랍기만 하다. 종류별로 한아름 가져오고 싶은 욕망을 억지로 누르고 하나만 선택~
시장 한켠에 있는 분수대로 가서 씻는다.
마실 수 있는 물은 아니지만 과일을 씻어 먹는 사람들은 종종 보인다.
유럽사람들의 유난스런 꽃사랑~ 그래서 그들의 시장에선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꽃이다.
흔한 꽃시장에서 발견한 흔하지 않은 에델바이스. 알프스에 있어야 할 에델바이스를 이곳에서 만나다니..
이런 깨알같은 재미 때문에 자꾸만 시장을 찾는듯 하다.
아기자기한 장식품도 빼놓을 수 없는 시장 아이템이다.
빅토리엔 마르크트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우리네 동네 시장 같은 느낌이다. 잘 살펴보면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이나 기념품을 득템할 수 있는 곳이라 한참을 둘러봐도 지겹지가 않다.
오랫동안 머무른다면 독일의 명물인 소시지를 종류별로 구입해서 요리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스쳐 지나가야 하는 내겐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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