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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간토(關東)

주말, 1박 2일에 담을 수 있는 도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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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多多益善)을 추구하던 여행의 패턴이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유로우면서도 짙은 여운을 남기는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이런 여행의 꿈도 고가의 비용으로, 오랜 기간을 두고 떠나야 하는 유럽이나 미주여행에선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이 사실이다. 거리상으로는 1,400여km, 2시간 2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도시, 도쿄는 짧은 시간, 작은 움직임에도 다양한 매력을 맛볼 수 있어 여행자의 모든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이다.

 

 

도쿄가 담은 세계의 도시

 

 

 

급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빠르게 들어선 다운타운 오다이바(お台場)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눈 앞에 우뚝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이곳이 과연 일본의 도시, 도쿄가 맞나?'하는 착각을 가지게 한다. 아이러니 한 일이다. 1550년 나가사키의 히라도가 유럽에 문호를 개방했지만 그 후에도 도쿄의 항구는 한참동안 잠겨있었다. 300여년이 지난 뒤 이곳 항구에 도착한 미함대의 문호개방 요구를 막기 위해 설치한 요새(다이바(台場))에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다니... 어찌됐건 지금은 일본 첨단 산업의 요새로, 많은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여행자들에겐 필수 여행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 되었다.

 

 

<오다이바에 있는 후지TV 본사>

 

 

오다이바에 있는 후지TV 본사는 우주 정거장을 연상케 한다. 과히 첨단 미래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 건물이다.

 

 

 

 

이것만으로는 뭔가 좀 아쉽다. 내친김에 도쿄가 가진 세계도시의 모습을 좀더 즐겨보기로 했다. 하나의 건물에 고전적인 유럽의 풍경이 담겨진 곳이 있으니 바로 비너스 포트(VenusFort)이다. 1980년대에 접어들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인들은 가슴 속에 품었던 '유럽으로의 여행'을 조금씩 실현시켰다. 그러나 그 호황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 경제불황을 경험하게 되면서 꺾어진 꿈을 위해 그들의 도시 안에 새롭게 만들어 갔다.

 

 

 

 

비너스포트에 들어서면 시간감각, 공간감각 모두 잊어버리고 파리, 로마, 밀라노 등 유럽의 거리에 서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비너스포트는 아울렛, 쇼핑몰이지만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푹~ 빠질 수 있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비너스포트의 볼거리를 200%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인 듯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색도 황홀경에 빠지게 하지만 비너스포트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일루미네이션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구석구석에서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눌러대는 친구들, 가족들, 연인들을 만나면 이에 질세라 누구든 카메라를 꺼내들게 만든다. 사진만 본다면 두말 없이 유럽여행 사진이다.

 

 

 

 

 

유럽의 풍경은 2층에 마련된 "분수광장", "교회광장", "연인들의 성지-진실의 입"에서 절정에 이른다.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즐기며 이탈리아를 한껏 느껴본다. 쇼핑몰에서 쇼핑을 즐기지 않고도 이렇게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니 참으로 버라이어티한 공간이다. 이것으로 아쉽다면 같은 건물에 있는 MEGA WEB으로 향하는 것도 좋다. 토요타 자동차에서 자신있게 펼쳐놓은 자동차 테마 파크인 MEGA WEB은 자동차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올드카에서 부터 미래형 첨탄자동차까지 한번 눈길을 주면 도쿄의 다른 여행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도쿄의 해안가 몇 곳을 둘러봤을 뿐인데 해는 벌써 저 멀리로 넘어가려 한다. 여행자에게 가장 아쉬운 순간이 아닐까 싶지만 진정한 여행자에겐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도시의 야경과 밤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않는가.

 

 

 

 

서울보다 3배나 큰 도시 도쿄에서는 야경포인트를 찾는 것도 고민이 된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 추천하고 즐기는 곳이 다르기에 최고의 야경을 가늠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짜 도쿄의 밤을 위해 롯본기힐즈로 향한다.

 

 

 

 

때마침 롯본기힐즈에선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도 아니고 1% 미만의 기독교 신자를 가졌을 뿐인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분위기는 기독교 국가를 능가한다. 어쩌면 이런 역설을 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여행자들의 구미를 더 자극하는 것일 수도 있단 생각에 웃음이 번진다.

 

 

 

 

 

도시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테마 중 하나가 야경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한줄기 빛이 어두웠던 가슴을 환히 밝혀주는 듯한 느낌이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하기 때문일게다. 불빛이 가득한 밤 풍경은 낮과는 사뭇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붉은 철구조물이 조명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랑의 마음이 저절로 솟아오른다. 현재의 사랑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핑크빛 미래를 꿈꾸게 하는 힘이 도쿄야경에는 담겨져 있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들어선 곳은 선술집이다. 섬나라인 만큼 싱싱한 해산물들은 최고의 안주거리가 된다. 값이 조금 비싼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의 제공자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즐길만 하다. 일본 젊은이들이 하루일과를 끝내고 삶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공간에서 '여행자'라는 특별한 자격으로 즐거움을 토해낸다. 일본에 터전을 두고 살아가는 그네들과 여행자인 우리가 가진 생각은 다르지만 이 공간을 통해 하루를 마감하고 또 다른 내일을 약속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 힘으로 그들도, 우리도 힘내어 살아간다.

 

 

도쿄가 품고 있는 일본

 

 

 

 

밝아진 도쿄의 아침, 쏟아지는 비에 불만을 토로할 만도 한데 여행자의 넉넉한 마음이 날씨에 대한 불쾌감도 물리쳐버렸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에서 둘째 날은 도쿄 속의 일본을 만나는 것으로 테마를 정했다. 외국의 모습만 보고 떠나기엔 도쿄의 일본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지 않는가.

비가 내리는 덕분에 인파의 무리도 피했으니 일본의 옛 정취를 샅샅이 살펴보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아사쿠사 센소지에서 또 하나의 반전을 만난다. 아사쿠사 센소지의 본당건물 옆에는 신사가 자리잡고 있다.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구분짓는 도리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신사임에 틀림없는데 이 자리가 정녕 너의 자리가 맞는지 물어보고 싶다. 알고보니 센소지의 안녕을 비는 신사라고 한다. 신사에서 부처를 모시고 있는 절의 안녕을 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지만 무사안녕을 빌고, 복을 기원하는 그들의 갸륵한 마음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몸을 정화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본당으로 들어서면 먼저 도착하여 간절한 염원을 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한국의 사찰에 비해 훨씬 더 화려한 모습에 눈동자의 굴림이 빨라지지만 엄연히 신성한 종교의식을 행하는 장소이기에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가며 둘러보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절에 가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염불을 외거나 108배를 바치는 우리네 모습과는 꽤나 다른 모습이다.

 

 

 

 

 

본당에서 나와 옛거리 나카미세로 향하는 길에 만난 그들만의 의식이 내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종이로 싸인 향을 사들고 와서 불을 피우고 연기를 여기저기를 흩날린다. 절간 내 커다란 향로에만 사람들이 가득한 줄 알았더니 곳곳의 작은 향로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향을 태워 피어난 연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는 그들의 믿음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들었나 보다. 머리 위를 흩날리기도 하고, 팔, 다리... 그들의 약한 곳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주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다.

 

 

도쿄와의 첫 만남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싶다는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 거창한 꿈(?)을 버리니 도쿄라는 도시의 이미지가 새롭게 다가온다. 아마도 한참동안 도쿄를 향한 내 여행의 바람은 깊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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