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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도호쿠(東北)

후쿠시마 경관의 백미-고시키누마 & 이나와시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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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창을 통해 내다본 후쿠시마는 온통 눈천지였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날도 그랬다. 내게 후쿠시마는 상상속에 그려오던 설국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그리고 3년.... 눈깜짝할 사이 모든 것들을 휩쓸어간 모진 풍파를 기억하건만 눈덮힌 후쿠시마는 "나 이렇게 잘 견뎌왔어~"하고 말하는 듯 했다. 

 

 

 

 

 

후쿠시마는 예로 부터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반다이아사히(磐梯朝日)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있는 산과 호수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여름은 트래킹 코스로 여행자를 맞이하고, 겨울엔 자연설이 가득한 스키코스가 마련된다. 또한 사철 골프매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날의 아픔으로 지금은 주춤하는 듯 하지만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는 반다이지역이 머지 않아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으리란 희망이 생긴다.

 

 

 

 

 

고시키누마(五色沼)...

반다이아사히 국립공원은 화산지대에 분포하고 있어 주변에서 호수와 늪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색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고시키누마 지역의 호수들은 100살을 훨씬 넘겼다. 다채로운 색을 지녔다는 고시키누마는 내게 순백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었지만 여름날 태양 아래에서 만나면 눈부신 에메랄드빛 혹은 코발트빛을 보여준다고 한다. 또 어느날엔 화산작용으로 인해 붉은 빛을 띠기도 하고, 연두빛으로 생동감을 보여주기도 한단다. 똑같은 장소에서 시간만 달리해도 그렇고, 같은 시간, 같은 호수를 바라보며 있어도 조금만 다른 위치에 서면 새로운 색을 띤다고하니 그야말로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마법의 늪이다.

 

 

 

 

 

행여나 꽁꽁 얼어붙은 얼음판 가운데서 호수의 색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길을 따라 내려갔다. 길 중간에서 만난 얼어버린 꽃은 짠한 마음을 불러일으키지만 한편으로는 '곧 후쿠시마에도 봄이 오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지게도 한다. 꼭 그러기를 기대해본다.

 

 

 

 

 

 

 

하늘이 맑은 날엔 호수 저 아래의 모습까지 훤히 보여주기도 하고, 거울처럼 반다이산을 투영하기도 한다는데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은 없었지만 손댈 수 없는 깨끗함을 만난 것으로 우리의 재회를 축복해야 겠다.

 

 

★ 고시키누마 호수트래킹

고시키누마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사몬누마(毘沙門沼, 위에 보이는 호수)에서 시작하여 산책길을 따라가면 6~7개의 크고 작은 호수(늪)을 만나게 된다. 이 트래킹 코스야말로 고시키누마가 가진 모든 색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지금처럼 하얀 눈으로 가득한 계절보다는 봄날 부터 가을날까지가 고시키누마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단, 한여름에는 모기떼의 습격이 대단하다고 하니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겠다.

 

 

 

 

 

돌아나오는 길, 적십자사에서 만든 비가 세워져있는데 의미를 알 수 없어 궁금증만 더해간다. 그림을 보아하니 아마도 화산폭발로 인한 희생을 기리는 듯 한데... 알 수 없는 일이다.

 

 

 

 

호수빛을 보지 못한게 못내 아쉬워 발길을 돌렸다. 후쿠시마현 중심에 자리잡은 이나와시로호(猪苗代湖)는 이번 여행의 보상이기도 하다. 한 잡지에서 본 이나와시로호의 가을녘 풍경은 나를 완전히 매료시켜버렸다. 꼭 오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전 여행에서는 시간과 교통의 제약으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곳이라 이번엔 반드시 와야만 했다.

 

 

 

 

강아지는 안되요~~~ ^^

 

 

 

 

 

 

이나와시로호(猪苗代湖)

이나와시로 호수는 일본에서 3번째로 큰 호수(담수호)로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백조(고니)와 오리떼는 사이좋게 노닐다가도 사람들이 먹이를 던져주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입에 풀칠하는게 가장 우선이다. ^^

 

 

 

 

 

 

 

이 곳에서 가장 즐거워보이는 사람들은 단연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오리떼가 처음인지 무서워하며 쭈삣쭈삣하기도 하고, 사정없이 날아드는 모습이 무서울만도 한데 오히려 그들을 향해 힘껏 달려가기도 한다. 양손에 먹이를 들고 달려가 던져주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모자(母子). 빵으로 가득한 봉투를 들고와 한참을 던져주더니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또 다시 한 봉지를 더 들고 온다. 때론 오리떼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물론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앞뒤가리지 않는 오리떼의 완승이다. 희안하게도 그리 바삐 움직이는 무리 속에 백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 백조가 왜 우아함의 상징이 되었는지 알법하다.

 

 

 

 

호수 건너엔 웅장한 반다이 산이 펼쳐져 있고, 넓은 호수에는 백조와 오리떼가 노니는 풍경이 마음마저 고요하게 만든다. 자연은 자신을 우습게 볼 때엔 아주 사나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고 평온함을 주는 것 같다. 한 차례의 아픔으로 쓰러지는 것 같았지만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후쿠시마를 직접 살펴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이 눈이 녹아내리면 후쿠시마의 봄은 오리라...

이른 감이 있지만 후쿠시마의 봄의 기대해본다.

 

 

※ 본 여행은 하나투어의 도쿄/후쿠시마/닛코 원정대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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