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따라 지도길을 찾아가는 것도 즐거운 여행일 수 있지만 길에서 만나는 우연한 만남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묘미다. 바로 이곳 추사유배지가 제주여행에서는 그런 곳이 되었다. 운송수단이 열악했던 과거에 육지와 떨어져 있던 제주도는 같은 듯, 다른 듯 우리 역사에 한 선을 그어 왔다. 그 곳 중 한 곳을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을까.
<대정읍성>
조선시대 축성된 제주도 3대 읍성 중 하나로 1,467m의 길이로 감싸고 있다. 일본의 성들처럼 주변이 해자도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분명 뭍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성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성곽의 입구에는 전통적으로 성의 수문장이었던 돌하루방이 있다.
성곽인데 특이하게 성은 보이지 않고 안쪽으로 보이는 모두가 밭과 일반 가옥들이다.
<추사관>
원래 제주도 지정 기념물이었던 이곳이 2010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현대적 감각으로 똘똘 뭉친 건물(건축가 승효상 作)에 추사의 손때가 묻은 귀한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추사관 전경: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출처>
성균관 대상성, 이조참판 등의 벼슬을 지냈던 추사가 권력싸움에서 밀려 제주도로 유배오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추사가 지내던 집은 제주도 4.3사건 때(1948년) 불타버리고 터만 남아있었는데 1984년에 와서 유배지 집주인(강도순) 종손의 고증에 따라 다시 지은 것이라 한다.
바로 이곳에서 추사체가 탄생했다고 하니 큰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 할 수 있다(추사체 외에도 세한도, 서예 등 많은 것들을 남겼다).
제주의 차문화가 형성된 것도 다도를 좋아했던 김정희 덕분이라 한다.
추사관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는데 1층을 모두 살피고 2층으로 나오면 뒤편으로 유배지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재건되긴 했지만 제주의 역사적 흔적을 살펴볼 수 있어 뜻깊은 볼거리가 되었다. 정낭이 내려져 있으니 주인에게 일러 출입해도 된다는 뜻이다.
* 정낭: 제주 특유의 대문이다. 나무기둥 3개를 모두 걸쳐놓으면 장기간 외출했다는 뜻이고, 모두 내려져 있으면 주인이 집에 있다는 사실, 2개가 걸쳐있으면 지금은 없지만 저녁 때쯤 돌아온다는 말이다. 예로부터 도둑과 거지가 없다고 전해졌던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 대문이다.
요렇게 되어 있으면 지금은 주인이 없으니 들어가면 안된다는 말! ㅎㅎ
<유배지였던 곳을 재건한 곳>
이곳에서 생활도 하고, 책도 읽고, 유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서체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나무로 막고, 가시울타리로 막아 유배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고 하는 위리안치(圍離安置)에서도 그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이 지역에선 꽤 부자였던 곳이라 비록 초가이긴 하지만 안채, 사랑채 등 5동의 초가가 있었다.
<추사 세한도>
추사의 대표작 세한도에 나오는 집이 이곳이라는 말도 있던데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 있는 집들 중 하나이다. 세한도는 유배 온 추사를 안타깝게 여겨 책들을 자주 보내줬다는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준 선물이다.
제주도 일반 가옥의 모습. 따뜻한 기후로 인해 다른 지역들처럼 온돌 아궁이에 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런 모습으로 불을 피워 음식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래도 추울텐데 말이지.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일명 제주도 똥돼지라 불리는 돼지의 일상생활(?)을 볼 수 있는 돗통시다. 사람들이 디딜팡으로 와서 용변을 보면 돼지막에 있던 돼지들이 쪼르르~ 달려와 배설물을 받아먹는다고 한다. 용변을 보는대로 돼지들이 달려와 먹어버리니 벌레나 냄새가 생길 일도 없단다. 음식찌꺼기도 함께 넣어주는데 그것들을 먹고 돼지는 무럭무럭 자라고, 그 돼지들의 똥으로는 거름을 만들어 척박한 제주땅에서도 농작물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단다.
<제주 전통 돼지우리: 돗통시>
제주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먹거리가 된 돼지고기가 이런 독특한 사육방법으로 길러져 맛이 특별하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말로만 듣던 그 현장?!을 목격하니 리얼함이 더해진다. ㅎㅎ
지붕도 없고, 문도 없어 잘못하면 꽤 난처한 상황이 생길 듯도 한데... 그래도 과거에는 돗통시가 집에서 중요한 곳 중 하나였다고 한다.
<눌>
탈곡 전 농작물이나 탈곡 후 짚 등을 둥글게 쌓아 올려둔 곳이다. 이곳에 보관해두었다가 연료로 쓰기도 하고, 가축들의 먹이로 사용하기도 하고, 퇴비를 만들 때 섞기도 했단다. 제주도는 정말이지 독특한 문화의 집산지인 듯 하다.
전통민속촌을 찾지 않더라도 꽤 괜찮은 전통흔적을 만는 것 같아 꽤나 기분좋게 돌아나왔다. 물론 나오자 마자 여행에 있어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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