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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부산(Pusan)

임시수도 기념거리의 하이라이트, 임시수도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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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수도 기념거리를 따라 올라오면 조형계단 끝에 위치한 곳이 임시수도기념관이다. 이번 부산여행에서 내게 가장 많은 생각의 거리들을 던져준 곳이기도 하다. 질서있게 정돈된 벽돌 한장 한장이 아픔의 세월을 묵묵히 담고있는 것만 같다.


임시정부라는 역사적 의의도 담고 있지만 동양(일본)과 서양의 건축양식들이 어울려 만들어진 독특한 근대주택양식으로 건축적 의의도 함께 담고 있는 곳이다. 부산에서 제대로 살아남은 근대 문화재 가운데 일반에 공개된 몇 안되는 곳 중 하나이니 그 의미만으로도 찾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리라 싶다.

1926년에 지어진 이곳은 경남도지사 관사로 사용되다가 전쟁 중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면서 대통령 관저로 3년 정도 사용되었다. 휴전이 되면서 다시 경남도지사 관사로 1983년 까지 사용했으며 이후 임시수도기념관으로 개관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사빈당...
이승만 대통령이 짓고 먼구름이라는 호를 가진 한형석 선생(독립운동가, 부산대 교수, 1910~1996)이 쓴 당호 현판으로 조선시대 선조왕이 의주로 피난을 떠나며 지었던 거사빈대계(去思邠大計)라는 시조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 나라의 토대가 되는 수도를 두고 돌아나오는 마음이 그 옛날 선조와 맞닿았나 보다.


  

임시수도기념관 안내도(출처: http://monument.busan.go.kr/main/main.jsp)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거실이 나오는데 전쟁 당시 중요한 의사결정과 대내외 주요 업무가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당시에 사용했던 가구들과 당시의 모습을 찍어둔 대형 사진이 실상을 보여준다. 한쪽 벽에 있는 벽난로도 당시 쉽게 볼 수 없었던 건축양식이 아닐까 싶다.



맞은편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한 서재로 책상과 책장, 서적들이 보관되어 있다. 대통령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으로 개인적인 휴식과 깊은 생각을 할 때 주로 시간을 보낸 곳이란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인형이 너무 사실적이라 문을 들여다보는 순간 허걱~ 정말 사람이 앉아있는 줄 알았다.


이곳은 화장실. 화장실이라 적혀있길래 관람객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다. 큰일날 뻔 했다. ㅎㅎ
세면대는 지금과 별다를바 없지만 색색의 도자기로 만들어진 변기는 실제로 사용한 곳이라기 보다는 예술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독특하게도 화장실과 목욕탕이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다. 움직임의 동선도 결코 가깝지 않다.


여기가 욕실.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머물렀던 내실로 그들의 가구와 옷가지 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의 창들은 한결같이 생겼다.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 창의 모양이라 더 눈길이 간다. 개폐 제어장치에 대한 이야기도 얽혀있었는데 기억이... ^^;
외부에서 보는 건물은 빨간 벽돌의 서양식 문양이지만 실내의 모습은 목재건물처럼 나무로 이루어져 있어 안팎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1층 거실에 장식되어 있던 미니어처들을 당시의 생활상을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놓았다. 천막에서 이루어지는 학교교육과 군중들에게 전쟁소식을 알리는 듯한 모습이 크게 와닿는다.



부엌과 식당의 모습. 대통령 가족과 관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식사하던 곳이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나왔던 조리장 아저씨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ㅎㅎ
장소들이 생각보다 널찍하다.


19살의 나이로 백골부대에 자원입대하여 특수공장대 요원으로 첩보활동을 했던 이정숙 할머니의 증언이 흘러나오는 증언의 방이다. 원래는 관저의 경비실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할머니의 육성이 흘러나오는 증언의 방이 되었다. 지금이야 여군들이 많지만 당시에 여성의 몸으로 실제 전투에 투입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봐도 대단한 분이시다. 지금도 살아계시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쟁의 잔혹함과 평화통일에 대한 강연을 오래토록 해 오셨단다.


전형적인 일본 가옥구조를 보여주는 1층 복도.
바닥과 천정, 벽면의 창과 문 모두가 나무틀로 만들어졌다. 그냥 보면 일본의 어느 주택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만 하다.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실에 근대 역사적 자료와 이승만 대통령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적 흐름과 신문자료, 대통령 내외가 입었던 옷가지, 화려하게 수놓은 한반도 지도가  전시되어 있다.


실내를 모두 둘러보고는 실외로 나왔는데 차가운 날씨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은 나무가 좋다. 임시수도기념관 뒷마당으로 정원처럼 꾸며져 있는데 대통령이 평소 산책을 하며 운동과 사색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작지만 쉼을 즐기기엔 충분한 공간이다.


현대 건축물에서 잘 볼 수 없는 굴뚝이 이곳에서는 거의 방마다, 공간마다 보이고 있다. 벽난로 굴뚝도 있을테고, 주방으로 연결된 굴뚝도 있을테고... 그냥 눈길이 가서 한번 찍어봤다.


임시수도기념관 주변은 주택지로 고층 아파트와 빌라, 주택들이 즐비한 골목이다. 근대의 역사물인 나즈막한 벽돌집과 현대의 생활공간인 고층 아파트가 서로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재미난 풍경을 보여준다.

임시수도기념관을 둘러보고 난 뒤...
사실 임시수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승만'이라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대한 자료가 중심이 되어 엮어져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이곳이 만들어질 때에도 부산 시민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에 대한 평가가 확연하게 양분화되어 있는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임시수도기념관을 단순히 한 시대를 살아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로 대입시켜버리기엔 우리가 알아야하고,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역사적 의의가 쉽게 사라질 것만 같다. 당시 상황과 지금이 다른 것이 없지 않은가. 과거의 과오를 살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 같다.

아~ 그치만... 이곳의 문화해설사님은 이승만 대통령을 거의 신으로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들었다는... 이런 곳에서는 사견은 배제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마지막에 소감을 묻는 그 분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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