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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Daum)카페 <★배낭길잡이★유럽여행>이라는 카페에서 도서이벤트를 통해 받은 책이다. 9월즈음 받은 것 같은데 이제야 읽은걸 보면 지난 한해 정말 게을렀었나 보다. 박종호의 기행기는 이탈리아 여행기였던 <황홀한 여행>을 읽었던지라 두 말 않고 신청했는데 운 좋게도 내 손에 들어왔다.
나의 첫번째 유럽은 동유럽 3국, 즉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였다. 동생과 여름휴가를 계획하다가 의도하지 않게 일이 이렇게 커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계획도 없이 그곳으로 향하게 됐다. 헝가리는 당시만 해도 한국인 여행자들이 별로 없었고, 정보도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다음 여정지였던 빈(비엔나)은 달랐다. 일단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한국어와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고, 도시의 분위기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비해 무척 발랄한 느낌이었으며 쉴새없이 볼거리들이 지나가는지라 넋을 놓고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빈에서 우리의 사진은 꽤 초췌해 보인다.
'빈'이라는 도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 칭할 수 있을만큼 방대한 문화와 예술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 하기야 유럽이라는 곳 자체가 그런 곳이긴 하지만 파리나 이탈리아가 주는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지는 곳이 바로 빈이다. 그는 책머리에 "빈은 도시가 아니다. 그것은 정신의 덩어리다." 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시 말하면 빈의 정신을 알지 못하고서는 빈을 여행했다, 빈을 알고있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그는 빈이라는 도시의 정신적 토대를 만들었던 문화, 예술,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빈의 곳곳을 그를 따라 걸으며 그 도시에 대한 추억을 곱씹을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귀한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박종호라는 여행자의 여행정신이 나를 더 크게 감동시켰다. <황홀한 여행>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그의 여행은 좀 특별하다.
유럽은 여러 나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보니 한 번에 묶어서 떠나는 배낭여행이 주를 이룬다. 먼길을 비싼 돈 들여 갔으니 일단 본전을 뽑아야 하기에 되도록이면 많은 곳을 섭렵하는데 목적을 두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원래의 목적은 그렇지 않다해도 다니다보면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바빠져 '포인트 찍기'식의 겉핥기 여행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런 여행을 하고 나면 항상 허전함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그의 여행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겉핥기 여행에서는 결코 뽑아낼 수 없는 여행지의 깊은 향기를 담고 있어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기에서도 영역을 초월하는 방대한 지식으로 빈의 곳곳을 파헤친다. 시공간을 넘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건축물이나 그림, 음악 등이 주는 감동의 심층에는 그것들을 창조해낸 사람들의 정신이 담겨있다. 그것을 놓치지 말고 꼭 기억하라는 메시지가 페이지마다 진하게 새겨져 있다.
몇 년전부터 '공정여행'이 여행계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현지인에게 도움이 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공정여행이라 한다면 단순히 동남아 지역이나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에서만 언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싶다.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그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는 것, 그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를 있는 그대로 경험해 보는 것, 내가 즐거운 여행이라면 다른 여행자도 즐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아울러 돌아온 뒤에는 우리문화, 우리역사, 나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 이 또한 공정여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하나 더 아는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여행 말이다.
다시는 지난번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만난 철없는 대학생들(http://www.kimminsoo.org/220)과 같은 여행자들을 두번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여행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박종호의 여행기는 공정여행의 또 다른 하나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최근들어 해외 여행자들의 수는 항상 최고치를 갱신한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접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리라. 단순히 해외로 나간다는 생각만으로 들떠 있기 보다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까지 생각하면서 좀 더 준비해서 떠나는 여행자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물론 그 시작은 나에게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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