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untoucha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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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자다브
제목에 한번 끌리고, 인도이야기라는 것에 또한번 끌리고, 마지막으로 표지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린 책이다.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대해 단계별로 외웠던 생각이 났다. 그때 배우기론 4단계로 이루어져있다고 했다(책을 읽고 난후 인터넷 검색을 해봤지만 역시 4단계: 브라만(승려)-크샤트리아(귀족)-바이샤(평민)-수드라(천민,노예)).
이 책의 제일 첫 장부터 언급되는 불가촉천민(out caste)이 있다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오래전 카스트제도를 폐지하는 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 곳곳에서는 그들의 억압과 차별이 계속되고 있단다.
그들의 침이 땅을 더럽힌다고 목에 침을 받는 그릇을 목에 걸고 다니고 그들의 더러운 발자국을 지우려고 엉덩이에 빗자루를 달고 다니고 다른 카스트 곁에는 갈 수 없는, 혹이나 손에라도 대이면 몰매를 맞아야했던 사람들이 지금 현재 2000년대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테지만 아직까지 차별이 있다고 하니...).
태어나면서 인간이 정해놓은 그런 얼토당토않은 제도에 의해 억압을 받는 계층의 한 아이가 아버지의 영향으로 IMF에서도 일을 했었고, 현재는 인도 최고 대학의 총장으로 있는 나렌드라 자다브의 이야기이다. 아니 이야기의 반이상이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재의 자신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그 밑바탕이 되는 참된 아버지의 모습을 언급하고 있다. 이 아버지는 단지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일뿐만 아니라 인도 달리트들의 아버지라고 볼 수도 있겠지.
지난 한해 인권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그 생각들에 한몫을 하게되는 이야기였다. 책 내용은 제목에 비해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내용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는 이보다 더 한 곳도 있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또한 머무르지 않고 한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이루어져야함을 꼭~ 꼭~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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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나는 불가촉천민이었다. 사원출입이 금지되었던 카스트, 하다못해 그림자도 사원에 드리울 수 없었다. 그런데 나는 힌두 사원 권력의 심장부와 같은 비토바 신당에 사제들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갔다. .... 사원의 운영회장과 대사제가 나를 맞이했다. 사제들은 저마다 말을 걸며 내 관심을 끌려고 했다. .... 주머니에서 빳빳한 100루피 다발을 꺼내어 사제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한껏 내밀어 갈구하는 가촉민의 손바닥에 누르듯 쥐어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달려들었다. .... 나는 해냈다. 카스트의 경계를 넘었다. 제도를 눌러 이겼다. 상층 카스트의 사제들이 비굴하게도 내가 올리는 푸자의식을 도와주고 있었다. 나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도약했다. 그런데도 왜 흐느껴 울고 있는 건지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낮은 카스트를 끊임없이 일깨우던 것들은 더이상 나를 흔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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