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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of All/Book Review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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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 쌤앤파커스

나는아내와의결혼을후회한다영원히철들지않는남자들의문화심리학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지은이 김정운 (쌤앤파커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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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터넷을 하면서 가진 습관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인터넷 서점을 들락날락 하는 것이다. 꼭 어떤 책을 사야해서가 아니라 요즘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살아가는지 엿보려고 하는 훔쳐보기 심리 중 하나이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정말 좋은 책을 만나기도 하고, 반 값 또는 그 이하로 판매하는 책을 손에 넣고 횡재한 날이라고 기뻐하기도 한다.

그날도 습관처럼 방문한 인터넷 서점에 들러 베스트셀러 코너를 둘러보던 중 제목에 확~ 눈길에 가서 찾게 되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어찌보면 그러지 않는 남성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이런 발칙한 생각을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찾았다. 김!정!운!
최근에는 명작스캔들에서 조영남 아저씨와 최원정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을 하고 있는는 짧은 곱슬머리(사실은 아줌마 파마머리라고 하고 싶다)에 나비넥타이, 그리고 획기적인 의상의 김정운 교수(명지대)이다. 때로는 조영남 아저씨와 대적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에게 호기심이 일었는데 바로 그 였던 것이다.

책은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남자들의 심리에 관한 내용이다.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얻은 생각들, 다양한 심리적 기제 등을 열거하고 있지만 결국 '재미있는 삶을 사는 남자가 되어라!'가 주요 내용이다. 사실 남자들이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만 국한된 말은 아니다. 즐길거리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요즘 왜 이리 지루하지?', '좀 재미있는 일 없어?', '재미있는 일 좀 가르쳐줘'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오는 때이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이 '정말 즐겁게 사는 것 같애'라고 평가해주는 나 역시 그런 말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쏟아져 나오니까... 주옥같이 공감가는 내용들을 읽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내게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주구장창 떠들어댔던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때 웃으며 '그래, 맞지. 하지만...'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나 보다 좀 더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 좀 더 잘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일할 땐 즐거울 수 없고, 공부할 땐 즐거울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놀아야 즐겁다'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뭐 하지?'라는 말만 하다가 결국은 일에 대한 생각하고, 도서관을 생각하는 우리들 아닌가. 그렇기에 그가 하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말도 두 손 들고 찬성한다.
나도 그 처럼 말 좀 잘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지만 이내 복권 한장 사지 않고 복권에 당첨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그러면 이제 나는 복권을 사러 가야겠다. 지금까지 너무 잘 놀아재낀 나는 이제는 다른 무언가를 창조해야 한다. ㅎㅎ
그렇지만 나는 놀면서 할 것이다. 그래야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여튼... 문화복지를 꿈꾸는 내게 그는 상당한 자극이 되었다.

주름 진 이 시대를 천리 고개넘듯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이 시대 남성들이 이 책을 읽고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고개를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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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어차피 해야 할 후회라면 짧게 하는 편이 낫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말까를 망설인다면 일단 저지르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 한번 세운 계획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는 성공하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기억은 언제나 자작극이다. ... 사실에 대한 '해석과 편집'이 실제 내가 기억하는 내용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의미는 해석과 편집의 결과다. 실제 일어났던 사실과는 그리 큰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일부의 사실을 근거로 만들어낸 내 '의미부여'다.

비정상적으로 정확하고 오래가는 기억은 어떠한 형태로든 강박적 충동과 연관되어 있다. 물론 의식적인 억압으로 인한 망각도 그 본질에 있어서는 동일한 증상이다. 기억과 망각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스럽지 않은 모든 것은 심리적 고통을 수반한다. ... 아이들에게 망각은 인지발달의 필수조건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듣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추상화, 맥락화의 능력은 절대 습득할 수 없다.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살면 불안하다. 모든 결과는 '과정'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이 땅의 사내들은 이 사실을 아주 자주 망각한다. 그리고 오직 '결과'만 가지고 서로 비교한다. ...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항상 불안하다. 타인의 완성된 결과와 내 미숙한 결과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사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그리 분명하게 나타나지도 않는 세상이다. 이런 '결과 지향적 삶'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결과를 이루는 순간, 또 다른 결과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정지향적인 삶 mindfulness, 마음챙김, 정신챙김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삶의 마디를 만드는 일이다. 대나무의 마디처럼 삶의 마디가 있을 때만 삶은 살 만한 것이된다. 이 마디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축제'다. ... 축제를 통해 시간은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축제를 할 때마다 시간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그러니까 축제는, 영원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마치 매번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내 삶의 통제력을 높이는 수준 높은 문화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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