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밀라노] 대성당의 시대? 거대한 밀라노 두오모

728x90

<두오모 광장에서 바라본 밀라노 두오모>



두모오(Duomo)

높이 157m, 너비 92m, 135개의 첨탑, 2245점의 조각상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고딕양식 교회.
숫자놀음만으로 충분히 놀랄만하다. 밀라노 시내 중심에 위치한 두오모는 1387년 잔 갈레아초 비스콘티의 예술진흥정책에 따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꼬모 지역의 건축가들의 참여로 건설이 시작되어 500년간 지속되었다. 지금까지도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아직 'ing'라고 해도 될 듯 하다.전체적인 건축양식은 고딕양식이지만 두오모 정면에는 르네상스, 신고전주의 양식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500년의 오랜 건설기간에도 불구하고 초기 설계와 크게 다를바 없이 건설되었으며 시대 흐름을 담고 있는 많은 예술품들이 건물과 완벽한 어울림을 자랑한다.

세부적 건설내용은 1765년 중앙 첨탑을 만들기 시작하여 1858년에 완성되었고, 1805년에는 현재 성당의 정면 완성되었다. 두오모 전면에 있는 입구 청동문과 대리석 부조는 1906년부터 1965년까지 제작되었다. 총 4개의 문에는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첫번째 문에는 밀라노 칙령, 두번째 문에는 성 암브로조의 일생, 중앙문인 세 번째 문에는 성모 마리아의 생애, 네 번째 문에는 밀라노 중세 역사가 담겨 있다.



밀라노 두오모의 첫인상, 어마어마해서 놀랐던 기억 밖에 나지 않는다. 멀찌기 서서 바라보는 모습만으로도 머리 속을 멍~하게 만들었으니 가까이 다가갈 수록 그 느낌의 강렬함은 내가 알고있는 모든 감탄사를 다 가져다붙여도 부족할 만큼 거대하고 놀라운 것이었다. 흰색의 대리석은 오밀조밀 연결되어 있는 가운데 밝고 어둠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동시에 고급스러움과 고귀함을 자아낸다. 그저 똑같은 흰색이었으면 재미없었을 것 같다. 저 우뚝 솟아있는 두오모의 첨탑들은 그 누구도 대적하겠다는 엄두도 낼 수 없을만큼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하고,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Sky 베가 광고의 한 장면>

돌아와서 TV 광고 속에서 눈에 익은 모습을 찾았다. 정우성이 밀라노 두오모 앞에서 달리기를 한다. 오랜만에 보는 밀라노 두오모의 모습이 어찌나 반가운지 훈남 정우성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 버렸다. '아~ 그래, 내가 저 곳에 서 있었을 때가 있었어!' 그리 오래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 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매개물이 생겨 한동안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두오모 정면 벽면>

다양한 건축양식이 조합되어 있으면서도 기본적인 고딕양식의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는다. 거대하다, 거대하다 부르짖었지만 가까이 갈수록 현실감이 떨어진다. 아마도 너무 커서 그런가 보다. 100m 달리기를 하고도 훨씬 남는 높이니 어쩔 수 없다. 하얀 벽면에 흠뻑 빠졌나보다. 정작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문을 찍어오지 못했다. 대신 눈에라도 찍어왔으면 좋았을 걸 그러지도 못한 것 같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탈리아 성당들은 출입시 복장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의'라고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 아주 신경쓰이는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 일단 단정한 차림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기본! 너무 짧은 치마나 반바지, 어깨가 드러난 민소매(또는 탑) 옷, 슬리퍼 등은 입구에서 저지당한다. 하지만 성당에 따라서 이 기준도 조금씩 차이를 가진다(사실 이런 차이는 복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곳은 민소매만 아니면 되는 곳도 있고, 모두를 깐깐하게 다 살피는 곳도 있고, 전혀 제지하지 않는 곳도 있다. 그 판단 또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말 그대로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복불복'인 것이다. 어떤 곳은 입구에서 민소매를 입고 온 사람들을 위해 일회용 가운을 준비해놓은 곳도 있다. 이런 것들마저 준비가 되지 않은 많은 성당들 앞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숄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많다.
언뜻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규정을 들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가 뭘까?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제'를 지내기 전 목욕재계하듯 이곳 역시 경건한 곳이니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좀 더 마음을 가다듬으라는 의미였을 텐데 지금은 그 마음은 보이지 않고 형식만 남아 보이니 속빈 강정처럼 밖에 보이지 않다.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나? 복장보다 오히려 성당 내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좀 더 조용히, 조심스럽게 오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관광객들의 옷차림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었지만 큰소리치며 떠들썩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고 느낀적은 많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며 성당 내로 들어가는데 같은 민박집에서 출발한 한 친구가 반바지 때문(너무 짧은 바지도 아니었는데...)에 저지를 당했다. 결국 그 친구는 들어가지 못하고 나 혼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계획한 일정이 다르니 함께할 수가 없다.

<중앙제대>

많은 성당들이 그렇듯 넓은 공간은 일렬로 선 기둥들에 의해 작은 구역으로 나뉘어 진다. 그리고 마주보고 있는 양쪽 벽들은 화려한 스테인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으며 그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성당 전체를 훤히 비춘다. 유럽 성당들의 화려함과 거대함이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무참히 비웃어 버렸다. 서울에 처음 올라온 촌놈처럼 눈을 핑글핑글~, 입은 헤벌레~ 머리 속은 멍~ 그렇게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염원하는 바램이 한줄기 빛이 되어 세상에 내리길 바라며 사람들은 촛불을 밝힌다. 저 초가 타들어 녹아내리는 만큼 더 행복에 가까워 지길...



<성당 내부>

거대한 성당이니만큼 곳곳에 작은 제대들이 마련되어 있고, 고해소나 독서대, 조각들이 규모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 이 많은 조각들이 어떻게 한 공간 내에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렇기에 건축기간에 4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겠지만 말이다. 저기 보이는 작은 소제대들은 두오모가 아닌 다른 곳에서라면 아주 귀한 중앙 제대로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물론 중앙제대나 소제대 모두 하느님의 제사를 지내는 중요한 공간임에는 틀림없지만 상징적 의미로 봤을 때엔 대제대의 의미가 더 큰 것은 사실이지 않는가. 얼마나 많은 공이 서렸는지 놀라움을 넘어 존경심마저 든다.



이 넓은 성당을 울리려면 오르간도 얼마나 커야할까. 오르간의 파이프가 성당건물과 일체되어 오르간을 연주하면 건물도 함께 춤출 것만 같다.


저 기둥의 갯수가 52개나 된단다. 무너질 염려는 없겠다.



<성당 곳곳에 걸려진 회화작품들>

두오모에서 인상적인 것,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선명하고 화려한 회화작품들이 곳곳에 걸려있다는 것이다. 성당인지 모르고 들어갔다면 미술관이라 착각했을 정도로 많은 회화작품들이 걸려 있다. 그 그림만 보고 지나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니 말이다. 밀라노 두오모에 드른다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 천정에서 부터 내려오는 회화작품들이다.

<스테인글라스들>

두오모의 스테인글라스들은 15세기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렇게 선명하고도 섬세한 그림을 화지가 아닌 유리에 그려낼 수 있다니 사람의 능력은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귀한 작품들이다. 이런 귀한 방법들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게 죄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두오모를 둘러봤다고 모든 것들을 보았다 생각하면 큰오산이다. 빼놓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 지하와 옥상이다. 지하에는 이름모를(물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무덤과 보물창고가 있고, 천정으로 오르면 밀라노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멋진 전망이 있다. 두오모를 둘러보는 것은 공짜이나 지하 보물창고를 둘러보는 것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1 Euro). 두오모 자체만으로도 큰 보물을 본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보물창고를 꼭 봐야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처음으로 드른 곳이 밀라노였기 때문에 과감하게 1유로를 주고 보물창고를 들어갔지만 생각보다 작은 규모(성당에 비해)에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돈을 내고 들어가지 않아도 입구에서 어느 정도 볼 순 있다. 전시공간이 아주 작기 때문에...

<지하무덤>

지하무덤이 이렇게 화려하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마련된 걸 보면 중요한 사람이겠지만 그냥 그럴거라 예측만 하면서 둘러본다. 이럴 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라도 있음 좋을텐데... 늘 드는 생각이지만 국력을 키워야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운다. 많은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일본어를 볼 땐 더욱 말이다. 언제나 일본은 우리를 자극한다. 물론 그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겠지만. 하긴, 일본을 한국의 경쟁자로 놓고 보는 우리의 시각, 세상에 하나 밖에, 오로지 우리 밖에 가지지 않는 생각이라 하지 않던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젠 두오모 옥상으로 올라가야겠다!



반응형

인스타그램 구독 facebook구독 트위터 구독 email보내기 브런치 구독

colorful png from pngtree.com/

DNS server, DNS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