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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이야기(Ocean)/한중일 크루즈(cruise)

[나가사키] 외국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데지마, 신치 차이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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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데지마>

이번엔 데지마로 향한다. 17세기 네덜란드 무역관이 있었던 곳, 데지마. 일본에 혁신을 가지고 와 현재의 모습을 이루는데 크게 일조한 서양문물의 양성지 데지마를 바라본다. 그런데 변화를 가지고 온 곳치고는 조금 쓸쓸함도 보이고, 적막함도 보이고... 예전의 그 활발했던 무역의 모습은 지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데지마(出島)


데지마는 1636년 일본의 유일한 무역항으로 만들어진 인공 섬이다. 218년간 일본의 유일한 해외무역 창구로 사용되었는데 지금은 15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밖에 남지 않았다. 1996년부터 복원공사가 시작되어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원래는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나가사키 시내와 바다로 이어지는 수로에 둘러싸여 과거의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데지마는 단순한 무역항이 아니라 일본의 야심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무역을 양성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외국인들을 내국인들과 철저히 분리하는 창살없는 감옥이었던 것이다. 데지마 내에 일본인 관리(오토나, 乙名)가 머물면서 그들을 감시했었다. 그 감시가 얼마나 삼엄했는지 데지마 입구에는 군인이 앞을 막고 있었고, 데지마를 드나드는 사람에게는 통행증을 발급하여 통행증이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었다. 또한 중요한 건물 옆에는 감시가 가능한 일본인 거주건물을 만들어 창을 통해 감시했다. 더 웃음을 나오게 하는 것이 이곳에서 생활하던 외국인들을 배려(?)하여 기생의 출입은 너그럽게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던 외국인들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즐겁고 흥겨워야 할 크리스마스 파티도 비밀로 해야할 정도였다니 곳곳에서 감시의 눈길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는지를 예상할 수 있다. 무역은 받아들이면서도 철저한 감시가 이루어진 곳, 우리의 쇄국정책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역선이 도착해도 함부로 짐을 옮길 수 없었으며 검사하고 난 뒤에야 그들이 움직일 수 있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좁은 물길을 가운데 두고 눈길으로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답답함이 전해오는 것 같다.

주로 데지마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네덜란드인이다. 하지만 데지마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네덜란드가 아닌 포르투갈 상인들의 거주지였다. 일본의 첫 무역상대는 포르투갈이었는데 포르투갈은 무역 뿐만 아니라 종교까지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포르투갈이 가톨릭을 전파하기 시작하면서 위협을 느낀 에도막부는 그 견제책으로 데지마를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포르투갈 상인들은 데지마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바로 시마바라의 난 때문에... 시마바라의 난을 일으킨 주요인물들이 거의 다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이때부터 가톨릭에 대한 탄압이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위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 했던가. 바로 이러한 기회를 잡은 것이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그때를 시작으로 1859년까지 서구무역의 중요한 파트너가 되어 무역을 독점하였다. 



▶ 시마바라의 난에 대하여

<데지마 건설 당시의 모습>

지금은 나가사키 도심에 둘러싸여 있어 이곳이 실제로 무역이 이루어졌던 곳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모습이지만 당시는 해안과 인접해서 무역을 하기에 충분히 적절한 장소인 것 같다.


<무역선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확인하던 곳>

데지마에 있는 건물들을 보면 붉게 표시된 곳처럼 지붕 위로 전망대처럼 만들어진 것이 있다.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무역상인들이 '무역선이 언제쯤 들어오나'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란다. 배가 들어오는 것이 확인되면 내려가서 배를 맞을 준비를 한다. 이번엔 무엇이 들어올 것인지, 무게를 달고, 구분을 하고, 다시 수출할 것들을 분류하고... 빠르게 움직였을 그들의 모습이 환상처럼 눈 앞에 어른거린다.


나가사키의 모습을 꽃으로 표현했다. 화단이 캔트지가 되고, 꽃이 크레파스, 물감이 되어 화면을 가득채우고 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그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작은 화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학교는 초등학생이란 말인가? ^^;


다시 방향을 살짝 틀어 항구쪽으로 나가본다. 항구에서도 자꾸만 눈이 가는 것은 우리의 레전드호.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

배로 돌아가기 전 두어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나가사키 명물 짬뽕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원래 생각은 차이나타운으로 가서 제대로 된 나가사키 짬뽕을 맛보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데지마 와프에 있는 짬뽕집으로 향했다. 데지마 와프도 많이 변해있었다. 2008년에 왔을 땐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이젠 깔끔하고 조용한 일본의 정취와 편리한 현대적 분위기가 적절하게 조화가 이루어진 것 같다. 예전 중국집에서 먹었던 나가사키 짬뽕보다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퓨전식 나가사키 짬뽕을 맛보았다고 생각하고 위로한다.


조금 특이한게 일본에서는 이렇게 주방쪽을 향해 먹을 수 있는 곳이 어떤 식당이든 꼭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바(bar)형식으로... '혼자서 먹으로 오는 사람이 많아서일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와도 저 자리에 앉는 경우도 있다. 서로 마주보며 먹는 것 보다 더 편한가? 혼자 식사를 해야할 땐 참 좋은 것 같긴 하다. 



짬뽕이라하면 새빨간 국물이 매콤하면서도 시원함을 떠올리게 하는데 나가사키 짬뽕은 맑은 국물로 만들어진 짬뽕이다. 해물로 맛을 내는 우리 짬뽕과 다르게 여러가지 야채와 육류가 대신하고 있다. 아직 일본의 달달한 맛과 느끼한 맛에 완전히 적응되지 못했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더 일본의 맛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어 살짝 기분이 좋아진다. 좀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니까.

▶ 나가사키 짬뽕 맛보기

<철로의 옛모습>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식당 바로 앞에서 끊어진 철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철로는 원래 나가사키 전차가 다니던 길이었는데 현대화가 이루어지고, 나가사키의 모습이 조금씩 변화되면서 지금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형태만 남아있다. 근데 전차가 아주 작았나보다. 옆으로 보이는 넓이가 생각보다 너무 좁다. 그래도 그 때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그 자리를 남겨놓고 간단하게나마 설명하는 문구를 남겨두고 있다. 저기 끝까지 다리로 이어져있었을까? 그랬겠지?

<나가사키 전차>

이 전차가 원래 다니던 길이었을 테다. 요즘은 현대식의 전차가 나와 나가사키 전차의 모습을 더욱 다양하게 보이고 있다. 꼭 유럽에서 봤었던 트램처럼 부드럽게 길 위에서 미끄러진다. 하지만 이런 고전틱한 전차가 더 정감있어 보인다. 괜스레 반가워서 혼자 손도 흔들어 본다.

<신치 차이나타운>

일본 3대 차이나타운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데 생각보다는 작다는 느낌이다. 한밤중에 찾았던 느낌과 낮에 바라보는 느낌은 많이 다르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많은 조명들로 밝혀지는 밤의 모습이 더욱 화려하고 활발한 느낌을 준다. 4개의 중화문 가운데 하나이다. 예전에 이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었는데 그때 함께 온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움직이는 커피집>

이색적인 커피집이 눈에 들어온다. 트럭도 아닌 작은 승용차에 커피도구들을 실어놓고 커피를 팔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새롭기도 해서 한참을 옆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말그대로 길다방이다. 딱 일본틱하다.

<장미꽃 아이스크림>

또 하나의 먹거리가 떠오른다. 아까 구라바엔에서 내려오면서 봤던 아이스크림이다. 손으로 퍼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인데 순식간에 장미모양이 된다. 한 아주머니께서 2개를 사서 가신다. 나도, 나도... 했는데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어 먹어보지 못했다. 100엔이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닌데... 아니 아주 싼 값인데... 아깝다!!! 아깝다!!! 너무 아깝다!!!

<아뮤플라자 나가사키>

혼자서 나가사키 시내를 두리번 거리다가 그래도 한번 가본 곳이 맘이 편하다고 지난번 갔었던 아뮤플라자를 찾았다. 9시가 되면 모두 문을 닫아 버리는 바람에 완전히 다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지금은 활발한 쇼핑센터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이한 모형도 보이고, 그 모형을 따라 일본 무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젊은 청년도 눈에 띤다.

기분 좋은 것 하나! 아뮤플라자에 있는 미디어 전문점에 한류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엔 하나의 코너였는데 이젠 한 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괜히 흐뭇해 진다.

▶ 나가사키 아뮤플라자


<미쯔비시 조선소>

이렇게 발걸음 가는대로 다니다보니 벌써 배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다닐땐 몰랐는데 오늘 일정이 어느 정도 끝났다고 생각하니 급피로가 몰려온다. 긴장이 풀렸나? 아직은 그래선 안되는데... 배로 돌아가고 난 뒤 그래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아 갑판에 나가 나가사키 시내를 바라본다. 이 익숙한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라나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나라도 조선사업하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곳인데 미쯔비시 조선소와 겨루면 어느 정도가 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가사키 크루즈항>

기적소리를 내고 크루즈항을 밀어내고 떠나간다. 내가 나가사키를 밀어내는지, 나가사키가 나를 밀어내는건지. 항구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원래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져 섭섭함도 느껴진다. 참 이상하지. 여행은 사람을 이상하게도 감성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나가사키의 모습이 떠나온 부산항의 모습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산 위에 있는 많은 집들의 모습까지도 말이다.

<떠나가는 배 위에서 바라 본 나가사키의 모습>

언덕의 중턱에 구라바엔의 모습도 보이고, 미쯔비시 제2 독하우스의 모습도 보인다. 정말 전망이 최고구나. 위치 선정이 너무나 퍼팩트하다. 위에서 바라봐도, 아래에서 바라봐도 멋진 모습은 변함이 없다.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건물들이 일본인들의 성향을 보여준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 그래서 그들은 발전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또한 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나가사키여 안녕!



저녁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내일을 기다린다. 스테이크의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서 오랫동안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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