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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도호쿠(東北)

[후쿠시마] 인천에서 후쿠시마까진 얼마나 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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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던 일정이다. 올 해 여름에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꿈꾸는 여행이 있어 그것을 위해서라도 이번엔 자중해야 했다. 그런데 유난히도 여행에 관련된 이벤트가 많았고, 그 가운데 몇 가지를 반복해서 보면서 '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 안될거란 생각을 하면서 응모한 것이 여성중앙재팬인사이드에서 주최하는 투어였다. 워낙에 지명도가 있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응모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뽑힐 가능성도 점점 떨어지니 괜히 기대했다간 맘만 상한다 싶어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한통의 문자가 왔다.

"후쿠시마 당첨자 메일 보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재팬인사이드-"

이것이 뭔 일인가? 정말일까?
메일을 확인해보니 아직은...
근데 또 다시 온 한 통의 메일

"후쿠시마 여행 최종 당첨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재팬인사이드를 참조해주세요."

사실일까, 아닐까...
사실인줄 알면서도 좀더 스릴있게, 극적으로 이 기쁨을 느껴보고 싶어 긍정과 부정을 번갈아가며 해본다.
누구한테 먼저 말할까? 엄마에게...? 아니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동생에게? 그것도 좀...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야기할 곳은 가족 밖에 없다.

안될거라 생각해서 같이 갈 도쿄에 있는 동생에게도 응모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첫번째 문자가 오고 나서 '어쩌면 갈 수도 있으니 시간 좀 빼볼 수 있겠냐'며 이야기한 것이 다였는데 최종 연락이 오니 맘이 급해진다. 그래서 동생에게 자꾸 전화하는데, 동생은 수업에, 아르바이트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 새벽녘에야 통화가 되고, 무조건 시간 빼라고 명령 아닌 명령을 했다. 학교도 하루 빠지고, 아르바이트도 빼 보라고... 학교에서 앉아서 하는 공부만 공부가 아니라고. 그곳에 살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일본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한다고. 번지르르한 말만 늘어놓고 안가면 절대 안된다고 협박까지 해 가며 떠나게 된 여행이 이번 여행이다.

하루, 이틀, 시간이 가고
드디어 떠나야할 그 날도 어김없이 다가왔다.


이른 아침 공항에서의 집결을 기대하며, 동생과의 6개월만의 해후를 기대하며 새벽 2시 20분 리무진을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지방과 수도권의 생활편의 차이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차에 올라타고는 잠깐이라도 자야한다고 체면을 건다. 도착하자마자 여행을 시작해야하는 일정으로는 지금 자놓지 않으면 컨디션 조절의 실패로 오늘 하루 여행을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 억지로 눈을 감고 선 잠에 들었는데 휴게실에 드르더니 그 이후론 잠에 빠질 수가 없었다.


예상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공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이것 저것 처리해야 할 문제들을 해결한 뒤 자리에 앉으니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비수기라 사람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아침부터 이렇게 몰려드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이번으로 인천공항은 4번째이다. 처음 인천공항에 들렀을 때 그 신기함과 설레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도 공항은 내게 있어 굉장한 설레임을 주는 곳이다. 길을 가다가도 하늘에서 비행기가 보이면 저기엔 어떤 사람들이 타고 있을까,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나도 다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젠 이런 맘도 살짝 든다. "좀 더 가까운데서 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지척에 국제공항을 두고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제한적이어서 떠날 때마다 호소하는 불편함이다. 어느 곳을 가던지 리무진을 타고 움직이는 그 여정이 더 힘겨우니 말이다. 하나를 얻으면 더 나은 것을 얻고자 하는 마음. 그게 사람의 마음이다. ㅎㅎ


폼나게 커피도 한잔하고, 벽에 기대 앉아 공항을 오고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가족과 함께 온 사람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도 있고. 한껏 멋을 내고 온 사람도 있고, 무거운 등산 장비들을 가득히 지고 온 사람들도 있다. 내 마음이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떠남을 위한 설레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일행을 만나고 출발을 위한 준비를 점검한다. 지금 머릿 속엔 '빨리 비행기를 타서 기내식으로 배를 채워야지'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배꼽시계의 초침은 점점 빨라지는 것만 같은데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빨리 열어주면 좋으련만...

※ 인천에서 후쿠시마까지의 항공일정
매주 월, 목, 토요일 1회(오전 10시 인천출발, 오후 1시 30분 후쿠시마 출발), 비행시간 2시간 20여분



아마도 내가 탈 비행기가 저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창 밖으로 눈을 돌렸는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기보다 몇 배는 커보이는 비행기를 조그만 차가 끌고가는 모습이라니... 아무말 못하고 목줄 잡혀 가는 소인마냥 끌려가는 모습이 너무 우습게만 보인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조금이 지난 후의 모습이다. 아마도 여기는 서울의 여의도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다음 지도를 찾아보니 정말 딱 맞춰버렸다. 하늘에서 보는 서울의 모습, 참 재밌다.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



한참을 기다려서야 고대하던 기내식이 나온다. 금강산은 식후경이라 했지만, 내게는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먹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기내식을 바라보며 카메라를 꺼내드니 예전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꼭 여행 처음 가는 사람이 기내식 이런거 찍는다고... 그래도 난 언제까지 찍을거라고 맘으로 얘기했다. ^^ 처음엔 하늘 위에서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신기함으로 찍었지만 지금은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내 여정의 깊은 발자국이 된다는 생각으로 찍는다.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찍고는 게눈 감추듯 먹어치워 버린다. 누가 옆에서 빼앗아 먹기라도 할까봐 걱정하는 아이처럼 말이다. 기내식은 칼로리가 높다하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도 아니다.


늘 유럽으로 향할 때는 식사때마다 와인을 한병씩 했었다(기내용으로 조그만 것). 맥주를 한 잔 할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잠을 제대로 못잤다는 것과 '낮술은 애비애미도 못알아 본다'는 속설을 생각하며 이번은 참기로 했다.
이제야 좀 정신을 차릴 것 같다. 그래서 입국 신고서도 쓰고, 지난번 여권 스템프도 보면서 또 언제, 어느 곳으로 떠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여권을 펼쳐 본다. 하지만 지금은 그 보다, 이번 여행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더 중요한 이슈다. 빨리 땅을 밟고, 동생을 만나 신나게 한번 놀아보고 싶다.




드디어 조금 다른 분위기의 일본 땅이 보이고, 얼마되지 않아 후쿠시마 공항에 내리게 된다. 입구부터 이곳이 일본임을, 후쿠시마 땅에 올라 섰음을 알리는 상징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걸 보면서 정말 내가 이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후쿠시마의 대표적인 상징물들-후에 이야기할 기회가...>



작은 공항이라서인지 입국심사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기다리다 지쳤는지 동생이 먼저 전화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온 것 같은데 왜 나오지 않냐며, 언니야가 주인공이냐며 왜 제일 나중에 나오냐며 투정을 해대지만 오랜만에 보는 반가움이 투정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슬쩍 웃음으로 떼운다. 알고보니 후쿠시마가 울트라맨의 고향이라 한다.
"후쿠시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후쿠시마 모니터 투어"라고 적힌 팻말로 우리를 맞이해준 후쿠시마 관광청 관계자 분들과 공항을 나서며 이번 여행을 정말로 시작한다.


이곳이 진짜, 후쿠시마이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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