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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경상도(Gyeongsangdo)

내년을 기약하며, 경주 첨성대 핑크뮬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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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가장 핫한 이슈는 핑크뮬리였을 것이다. 난데없이 등장한 분홍빛 뭉치는 긴 더위에 시달린 사람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았다. 나 역시 그 대열에 끼여 몽환의 가을을 느껴보겠다고 경주로 달려갔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핑크뮬리인지라 '한번 보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찾았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더 가슴뛰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분홍 솜사탕을 펼쳐놓은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몰랐던 구름이 땅으로 내려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이 요상한 꽃에 마음을 제대로 빼앗긴 것 같다.

 

▲ 2017년 경주 첨성대

 

▲ 2014년 경주 동궁원

 

생각해보니 사실, 핑크뮬리를 처음 본 건 아니었다. 2년 전, 경주 동궁원에서 '참 예쁘구나'하고 생각한 식물 무더기가 있었는데 그게 몇 년이 지나고 이렇게 관심받는 식물이 되었다.

분홍, 자주, 보라색 꽃이 작은 솜털처럼 피어나는 핑크뮬리(pink muhly)는 억새와 비슷해 분홍 억새라고도 불린다. 양주(나리공원), 제주, 경주(첨성대) 등이 이번 가을 핑크뮬리로 큰 관심을 받았는데 이런 추세로 보면 내년엔 확실히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 초점을 멀리한 핑크뮬리

 

 

▲ 핑크뮬리에 초점을 두었지만 햇살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진

 

 

▲ 햇살을 제대로 받은 핑크뮬리

 

핑크뮬리는 올 가을 인생사진 건지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최대의 이슈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큰 관심을 가지고 떠난 사람들에게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 것도 핑크뮬리였을 듯 하다. 생각보다 좁은 조성단지와 사진으로 봤을 때와는 다른 꽃 빛깔, 그리고 심하게 쓰러져 사진에 담지 못하는 풍경까지... 초미의 관심사였던 탓이 아닐까 싶다.

 

사진을 논할 자격은 없지만 몇 컷을 찍으며 든 생각을 정리해보면...

핑크뮬리는 초점을 흐리게 했을 때 좀더 몽한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고 햇살과 바람의 정도에 따라 색이 다양한 듯 하다. 때문에 햇살을 가득 받을 때 찍은 핑크뮬리의 색채가 훨씬 더 아름답다. 사실 사진을 좀 찍는다는 사람들은 다 알 내용이지만 나처럼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이 기본적인 내용조차도 잊어버릴 때가 많다.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본다면 실망하는 일이 좀 적을 듯 하다.

 

또 한 가지, 입김만 불어도 쓰러지는 핑크뮬리인지라 사람들의 손과 발이 더해지면 가차없이 드러누워버린다는 사실. 제대로 된 인생사진을 건지겠다는 생각만으로 핑크뮬리 가까이 다가간다면 얼마안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하나하나 따로 보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꽃이 핑크뮬리인데 서로 어우러져 함께하다 보니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람 역시도 그러하겠지...

 

 

경주 첨성대 핑크뮬리 손상을 최대한 막고자 통제라인을 설치했고, 특정 장소에 포토 포인트를 지정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반에만 해도 꽃들 사이를 오갈 수 있었는데 훼손이 많다보니 통제하는 것 같단다. 너무 사람들이 많다보니(적어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듯) 저 지점은 포기하고, 그냥 길 중간에서 찍는데 그리 나쁘지 않다.

 

 

 

 

핑크뮬리에 몰린 덕에 첨성대 쪽에서는 조금 한가롭게 가을 빛을 즐길 수 있다. 연날리기에 심취한 가족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든다. 인파에 시달리던 조카는 여기가 더 좋은가 보다. 실컷 뛰어다니고, 다른 사람들 연을 쫓아다니며 넘어져도 신난단다.

 

 

 

아직 진행 중인 가을, 핑크뮬리는 떠나지만 환상적인 단풍이 우리를 기다린다. 아름다웠던 핑크빛 가을을 보내고, 좀더 짙어진 가을을 맞이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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