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논문을 쓴다는 건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고...
글을 쓰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고, 글이 무르익을 때까지 달이 차야하며 적잖은 인고의 시간이 흘러야 한 편의 논문이 나올 수 있으니 출산과 다르지 않단 말이다.
모자란 글 한편을 어찌 귀한 생명의 탄생에 비하겠냐만은 그 가치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끝냈다는 후련함과 끝까지 잘 견뎌냈다는 뿌듯함은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부끄러움도 함께...
글 쓰는 것을 나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런 지식없이 블로그를 시작했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끄적이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무지가 만든 용기라 해야 하나?
논문을 쓰는 동안 근거없는 자신감은 한톨도 남김없이 사라졌고, 이해력과 통찰력, 표현력 등 모든 부분에서 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직면해야 했다. 블로그에도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내 손에서 팅겨나오는 문자 하나하나가 너무 졸렬하게 느껴졌으니...
그럼에도 논문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염원 때문이다.
사실 최근 몇 년은 여행을 다니면서 무척 눈치가 보였다. 누군가 딱히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내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 뭘하든 내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인쇄본이 나온 뒤 미련없이 마지막 남은 이 자료들을 버려야지, 이건 굉장한 쾌감일 거야!"라며 벼르고 있었는데 결국 몇 개의 자료는 다시 챙겨 넣고 말았다.
"내겐 이 작은 쾌감조차 허락되지 않는 건가?"라는 신세한탄과 함께...
어쨌든 하나의 문턱을 넘어서고,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한다.
얼마나 많은 문턱이 내 삶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넘어가다 보면 편히 지나갈 꽃길도 있겠지.
도서관에 논문을 제출하고 나오며 몇 권의 소설책을 빌려왔다.
지금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은 지루하고 딱딱해진 내 머릿 속을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
그리고 체력을 길러주는 것.
밤샘이 주었던 길었던 후유증을 기억하며~
무언가를 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닷!
p/s. 논문의 완성을 위해 도와주신 많은 분들... 깊이 감사드리며 언제나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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