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가 뜸했던 몇 일... 독일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독일행은 개인적 여행은 아니었고, 학생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진행한 기관방문 및 문화체험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여행으로 보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 보다 더 귀한 경험을 하고 왔기에 충분히 의미있는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독일여행에 대한 플랜도 생각해볼 수 있었으니 1석 2조였다고 해야겠지요?
우리 아이들이 만든 포스터입니다. ^_^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특한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얼마나 이번 일정을 고대했는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니까요.
그들은 이 포스터가 이번 프로젝트 선정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하지만 포스터 뿐만 아니라 계획서도 꽤나 알차게 준비한듯 했습니다.
일정은 7월 9일 ~ 21일로 최종 변경·진행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우리 여정의 시작도 프랑크푸르트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제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유럽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도시였습니다. 왠만하면 구시가지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어 빌딩 숲을 보는 일은 흔치 않았는데 프랑크푸르트를 통해 세계적인 금융도시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유럽의 매력은 구시가지에 있다고 자부합니다(개인적인 선호입니다)만 독일의 구시가지는 여느 유럽도시의 구시가지와는 꽤 다른 느낌을 가지게 했습니다. 아마도 2번의 큰 전쟁이 남긴 흔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점들이 어느 순간엔 독일만이 가진 특징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독일에 젖어든 것일까요? ^^
높은 빌딩,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유유자적할 수 있는 공원들이 즐비해있는 곳이 바로 유럽, 독일이었습니다.
이번 일정은 소개해드렸다시피 기관방문 및 문화체험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문화체험의 일환으로 독일 일반가정에서 홈스테이도 2박 3일 포함되었습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현지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어려운 부탁을 단번에, 흔쾌히 수락해준 사랑하는 후배와 Salus-Klinik(in Hürth)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덕분에 아침에 눈을 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첫 기관방문은 Hürth에 있는 Salus-Klinik(정신재활병원)이었습니다.
정신재활병원이 생소하신가요? 차차 자세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나'와는 상관없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정 기관 뿐 아니라 그들이 가진 삶의 철학과 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니 다른 분들께도 충분히 도움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훌륭한 시설을 둘러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는데 우리의 방문이 지역(쾰른/휘어트)신문에까지 소개되었습니다.
이 또한 차후 소개해드리지요.
다음으로 방문한 시설은 노인요양시설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실시하며 4대 사회보험국가에서 5대 사회보험국가로 접어들었습니다. 건강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료가 포함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독일은 우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본 시행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시설들을 둘러봐서일까요? 새로운 문화를 접해서일까요? 아니면 현실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어서일까요?
진지하면서도 천진난만하게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학교에서도 이렇게 즐겁게 공부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이번엔 장애인 생활시설입니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이 점심시간과 인접한 시간이라 조금 우려했으나 너무도 반갑게 맞아주었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더군요. 또 많은 분들이 자신의 방을 우리에게 보여주겠다고 하는 통에 예상한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하기도 했습니다. 한 가족처럼 단란해보이지 않나요?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정을 통해 사회복지에 대해 많은 분들께 소개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이곳은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는 세계 최초 빈민시설인 푸거라이(Fuggerei)입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축구선수 구자철, 지동원이 잠시 머물러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지요. 푸거라이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복지시설이지만 한 켠에 박물관도 겸하고 있어 학습의 장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 곳입니다. 실제로 저희가 방문했을 때 독일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방문하기도 했으니까요.
길었던 기관방문을 끝내고 잠시 여유를 가지며 독일 여러도시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고딕양식 성당 중에서도 거대하기로 손꼽히는 쾰른성당은 한 눈에 다 담을 수 없는 웅장함을 보여주었고, 전쟁의 상흔이 가장 컸다는 드레스덴은 상처와 희망이 공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드레스덴의 야경은 진정 아름다웠습니다. "전쟁-분단-통일"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곳은 역시 수도인 베를린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같은 역사의 길을 걷고 있기에 어느 하나 허투루 볼 수 없었습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독일시민들의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와 학교 홍보도 함께 진행했는데 힘든 일이었음도 모두들 너무 열심히 임해주었습니다. 덕분에 그날 저녁은 모두 녹다운되어 쓰러졌지요.
그러나 독일의 대표 먹거리 슈바인스학세(Schweinshaxe)를 비롯하여 다양한 소시지 요리, 빵, 감자 등이 우리의 에너지원이 되어 다음 날엔 우뚝 일어섰고,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독일맥주도 매일의 일상으로 즐겼답니다. 독일에서 맥주는 음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 그들의 문화였습니다.
그 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바로~ 두둥~!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경기를 독일에서 보고,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는 겁니다. 아마도 평생 이런 경험은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죠.
입국했을 때부터 가득했던 월드컵 분위기는 냉정한 독일인들마저 웃음 짓게 만들었고, 결승진출 소식과 함께 최고조에 달했죠. 후반전 결승골이 들어가고 난 뒤 마리엔 광장은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오는 인파와 끊이지 않는 환호에 휩싸였구요.
바로 이곳이 독일 분데스리가의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FC 바이에른 뮌헨의 연고지 뮌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축구라하면 저도 한 흥분하는지라 승리의 밤은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 되었답니다. 물론 이것이 우리나라의 풍경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그리고 함께한 학생들이 유럽에서 꼭 가고싶은 도시로 꼽은 프라하로 오로지 여행만을 위해 잠시 시간을 냈습니다.
프라하를 처음 본 학생들도 잊지 못할 시간이었겠지만 7년만에 다시 만난 프라하는 제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지요. 무엇보다 그때의 모습 그대로 내게 다가와준 프라하가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풀어놓고 보니 이번 여행 역시 풀어놓을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다만 저의 속도가 그것을 따라갈 수 있을지 고민이지만요.
천천히, 찐~하게 독일 이야기 풀어놓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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