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라주쿠역
도쿄 최고의 개성공간 하라주쿠가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이유?!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공간과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가능케하는 공간이 함께하기 때문일게다.
한 곳에서 이렇게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건 여행지가 가진 독보적인 힘이 된다. 무엇보다 군중의 무리가 부담스러워 쉼이 필요하다면 살짝 비켜갈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오아시스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신궁으로 향하는 길은 오래된 거목들이 자연스러운 그늘을 만들어주어 빛이 강한 여름에도 시원스럽게 오갈 수 있다. 올곧게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길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길이 그늘이 있어 가볍게 다가갈 수 있다.
▲ 메이지어원(明治御苑)
메이지신궁 본당에 이르기 전 메이지왕의 정원이었던 메이지어원과 술독, 와인통을 지나치게 된다.
메이지어원은 메이지왕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으로 계절에 따라 각양각색의 꽃이 피는 꽤넓은 (일종의) 정원이다. 신궁은 무료입장인데 반해 어원은 500엔의 입장료가 있어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아마 혼자였다면 한번 둘러봤겠지만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내 맘만 고집할 순 없으니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일본 신사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술독이 메이지신궁에선 다르다. 술독은 크게 다른 점이 없었지만 그 옆에 프랑스의 부르고뉴 와인통도 함께 있다. 와인 보관법을 고려한다면 진짜 와인이 들어있을 것 같진 않다. 메이지 일왕이 일본을 개방하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정책 뿐만 아니라 그의 삶 전반에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단다. 그 중 와인이 그의 삶에 미친 영향이 커 이곳에 프랑스와 일본의 지속적인 교류를 기대하며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
신성한 곳으로 향하는 그들만의 의식.
도리이를 지나고(도리이를 지날 때 그들은 절을 한다) , 테미즈야(手水舍)에서 몸을 청결히 한 후 경내로 들어간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들어가는 것은 나만의 의식.
지금껏 본 신사엔 돌로 된 도리이가 많았는데 메이지신궁의 도리이는 특이하게 나무로 되어 있다. 크기도 그 어느 곳보다 큰 것 같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본의 입장에선 그들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메이지 왕을 기리는 곳이니 어느 곳보다 크고 화려하게 꾸며놓았을 것이다.
입구를 들어서니 한 예비부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 메이지신궁은 일본사람들이 즐겨찾는 예식의 장소다. 특히 결혼식은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끊이지 않을 만큼 자주 열린다. 그러니 결혼식은 아니어도 웨딩촬영을 이곳에서 하고자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괜찮은 뷰를 가진 곳마다 이들이 선점하여 한참 앉아서 바라봐야만 했다.
이즈음에서 메이지신궁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일본은 "가깝지만 먼 나라", 아니 때론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나라로 여겨지기도 한다. 굳이 지난 역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넓은 아량으로 참고 넘어가려해도 그럴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본의 곳곳에선 우리 역사와 그들의 역사가 교차되는 지점을 만나게 되고, 그 곳에선 묘한 느낌이 내 마음을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내겐 나가사키가 그랬고, 또 이곳이 그렇다.
일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메이지 일왕은 에도시대를 끝내고 황실의 권한을 높이며, 서양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신(新)시대를 연 개혁적 인물이다. 서양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서양식 의복과 요리 등을 일본에 전파했다. 그러나 서구 열강의 아시아 식민지화를 우려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정책을 펼친다. 을사늑약(1905, 을사조약이라고 불렸지만 국가간 합의로 이루어진 조약이 아니므로 을사늑약이라 칭함)이 바로 메이지 일왕 때의 일이다. 그러니 메이지신궁은 우리 역사에선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없는 곳인 셈이다.
▲ 도쿄도청에서 본 메이지신궁
▲ 메이지신궁에서 보이는 도쿄도청
간혹 메이지신궁을 여행해서는 안된다는 사람이 있지만 오히려 이런 곳에서 제대로 된 역사를 아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메이지신궁은 도심 속의 정원으로 본다면 진정 멋지고 거대한 풍경을 가졌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3.5배나 되는 크기에 1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심겨져 있고(일본과 해외에서 기증받은 나무들이다), 계절에 따라 각양각색의 꽃을 볼 수 있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도심 공원이다. 사실 그냥 둘러봐서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이튿 날, 도쿄도청 전망대에서 바라본 메이지신궁은 입을 다물 수 없을만큼 놀라운 크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옆으로 요요기 공원이 이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도심에 이렇게 큰 공원을 허락했다는 것은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정면의 커다란 나무 2그루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 메이지신궁 본당
메이지신궁 본당에는 메이지 일왕과 일본의 적십자사를 설립했다고 전해지는 그의 부인 쇼켄 고타이고를 모시고 있다(묘는 교토에). 일본 사람들이 귀하게 생각하는 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경건하게 대해주기를 바라며 본당을 향해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메이지신궁은 1920년에 완성되었지만 전쟁으로 부서지고 지금 남은 것은 1958년에 재건된 건물이라고 한다. 인사하고, 손뼉치고, 다시 인사하고... 일본사람들은 이곳에서 예를 다해 기도한다.
각종 다양한 언어로 된 에마(絵馬)들...
신사라는 곳이 현세와 내세의 평안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곳이기에 이런 에마들은 일상적이라 할 수 있지만 이곳만큼 외국 언어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메이지신궁의 위세를 알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한국어로 된 에마를 보면 마음이 좀 아프다.
별 의미없이 재미삼아 쓴 글도 있을 것이고, 여행지의 추억으로 가볍게 남긴 경우도 있겠지만 어찌보면 일본의 왕에게 자신의 안위를 비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또 적지 않은 돈을 줘야 기원을 할 수 있어 메이지신궁을 유지발전시키는데 한 몫을 하게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아무리 재미라도 조선을 강제지배하고, 억압한 그들에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한국어로 된 안내문이 있는 걸로 봐서는 종종 한글이 걸리나 보다.
뒷쪽으로는 메이지시대를 알려주는 박물관이 있어 당시 일본문화의 변화를 살펴보는데 이만큼 좋은 곳이 없을 듯 하다. 신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일본이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도 볼 수 있다. 시간때문에 박물관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지금껏 봐온 신사와는 규모면에서나 의미면에서나 상당히 차이를 가지는 곳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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