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야경도 봤으니 이제는 저녁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 전망대에서 보는 야경의 실루엣과는 사뭇다른 네온사인의 불빛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의 인사동 뒷골목이나 종로쯤 될까? 신주쿠의 오모이데요코초(思い出横丁)를 지나 가부키초(歌舞伎町)로 들어선다. 늘 일찌감치 문을 닫는 소도시들만 다니다보니 이렇게 화려한 일본의 밤은 처음인 것 같다. 말로만 듣던 화려한 일본의 밤을 뒤로 하고 조금은 한적한 거리에서 우리의 목적지를 찾았다.
일본에 오면 한번씩은 꼭 찾게 되는 이자카야(居酒屋)다.
이자카야에 오면 "진짜 일본"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직장인들과 젊은 연인들, 세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보겠다고 한 가득 찾아오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나 역시 언제나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에는 이런 이자카야가 체인점 형태로 생기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이 즐겨찾는 곳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식사와 주류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신주쿠 오오쿠보 병원이 있는 건물의 17층에 있는 해산물 전문 이자카야 하나노마이(はなの舞)이다. 이름이 꽤 맘에 든다.
위치가 17층이다 보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짜릿하다. 세이부 신주쿠역이 내려다 보여 복잡하게 얽혀있는 철도들의 움직임도 보이고, 전망대 못지 않은 마천루의 야경들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어 고급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원한다면 독립된 공간에서 일행들만의 식사를 할 수도 있어 가족들이 찾기에도 좋은 곳이다.
기본 세팅! 이라 하면 좋겠지만 기본 세팅은 물과 빈 접시 뿐...
간장종지보다 조금 더 큰 그릇에 담긴 이 밑반찬도 주문해야 하는 음식(300¥대)이다. 일단 1인당 하나씩 주문해 놓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다양하게 종류별로 시켜보기로 했다.
고픈 배를 달래주기 위해 치킨(チキン, 480¥)과 해물볶음밥(チャーハン, 580¥)으로 요기를 달래고, 여유있게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자카야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다양한 종류의 주류!
꽝꽝 언 얼음으로 둘러싸인 생맥주부터 시작해서 탄산과일주까지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어 너무 매력적이다(500¥선). 과육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이 일품이다. 직접 제조하니 맛을 조절할 수도 있다.
오렌지와 자몽... 자몽보다는 약간의 달달함이 가미된 오렌지가 마시기엔 조금 더 편한 것 같다. 이 뿐만 아니라 요즘 일본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볼(ハイボール)도 한번쯤은 먹어 볼만 하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음료를 섞어 만든 술인데 독특한 맛이 처음에는 이상하지만 묘하게 끄는 맛이 있다. 진짜 술맛이 난다.
술맛을 돋구어 주는 안주로 생선구이(780¥), 와사비문어(たこわさび, 300¥), 계란말이(とんぺい焼き, 480¥) 등을 주문하니 순식간에 나온다. 이자카야가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음식이 빨리빨리 나온다는 것이어서 한국사람들에게 꽤 인기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비해 양이 좀 적은 듯 하지만 이런 것도 좋을 때가 있다. 여러가지 음식을 종류별로 먹고 싶을 때 양이 너무 많으면 부담스러우니까 말이다.
오늘의 Best of Best!
산낙지를 와사비로 살짝 양념하여 나오는 것인데 한국으로 와서 요즘도 가끔 생각나는 음식이다. 참기름에 찍어먹는 산낙지는 자주 먹어봤지만 매콤한 와사비 양념에는 잘 안먹어봐서인지 자꾸 손이 간다.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다양한 음식 속에서 너무도 행복해하고 있는 우리 가족들... 집에서야 자주 맥주 한잔씩 하지만 다 같이 이렇게 모여 술잔을 기울인건 처음인 듯 하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야 겠단 생각을 하며 하루 마무리. 다음 여행은 언제쯤 될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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