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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대구(Deagu)

3D벽화와 즐기는 가을풍경, 대구 마비정 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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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주 언급되는 국내여행지를 살펴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벽화마을이 아닐까 싶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을 시작으로 부산의 감천마을, 강원도의 동해, 태백 등... 많은 벽화마을들이 생겨났다. 덕분에 사그러져가는 마을을 살리기도 했지만 관광지와 생활터전 사이에서 적잖은 갈등을 빚어내기도 했다. 그래도 벽화마을들이 자꾸 생겨나는걸 보면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고 여겨지나 보다.

 

소리없이 지나가는 가을을 몰라주면 섭섭해할까봐 잠깐 시간을 내어 들러본 마비정 마을.

나만 모르고, 다들 알고 있는 그런 곳이었나 보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가며 대구에도 이렇게 골짜기로 들어가는 곳이 있었나 싶은 생각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다 나타나는 작은 마을, 드디어 마비정에 이르렀다.

 

마비정(馬飛亭/井)!!!

  

 화살보다 빨리 달리지 못해 죽음을 당한 말을 기리는 정자

 청도, 가창 주민들이 인근 지역으로 갈 때 말의 목을 축이고 쉬어가게 했다는 우물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지금은 전통을 담은 그림이 가득한 작은 마을로 더 많이 알려진 듯 하다.

 

 

 

 

 

 

평일의 한 중간이라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찬찬히 벽화들을 둘러볼 수 있어 내게는 참 좋은 관람이 되었다.

동피랑 마을은 벽화를 그린 화가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했다면 마비정 마을의 벽화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또 밋밋한 켄트지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 나름 3D 벽화인 셈이다. 그래서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 그림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

 

 

 

 

 

 

 

벽화도 벽화지만 도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돌담과 황토로 지어진 집들, 주렁주렁 열매맺은 감나무와 모락모락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들은 세상의 시간과 단절되어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마비정은 벽화마을이면서 시의 마을이기도 하다. 무심한 듯 끄적거린 짧은 문장들이 마음 한 구석에 꾹 박혀버린다. 

 

그대여

무슨 짐을 지고 왔는가.

무엇을 내려놓고 갈 건가.

 

 

 

 

 

 

 

 

 

 

 

 

 

가지고 온 것이 없으니 내려놓을 것도 없고.

빚만 지고 돌아가게 생겼다.

 

 

 

 

 

쉴새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 옆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옻나무가 있다. 60여년 전에 심은 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게 의문이긴 하지만 어찌됐건 15m의 작지 않은 키를 가진 옻나무는 마비정 마을의 약국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마비정 마을이 오지마을인지라(지금도 대중교통으로는 1대의 버스-달성2-가 모두이다) 약을 구하기 힘들어 옻나무 가지를 달여 먹고 효과를 봤다고 전해진다.

 

 

 

 

 

 

 

벽화가 그려진 주거지를 지나면 산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다. 오솔길을 따라 걷는 짧은 산책은 산림욕의 기분을 한껏 느끼게 한다. 정자가 있는 곳에선 마비정 마을을 내려다 볼 수도 있으니 벽화만 보고 돌아와서는 안되겠다.

 

 

 

 

 

마비정 마을 곳곳에는 한달 전 다녀갔다는 런닝맨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집집마다 펄럭이고 있는 깃발이 뭔가 했더니만 런닝맨에서 쓴 표식인가 보다.

 

 

 

 

 

 

'마비정'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옛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우물로서의 생명은 다했지만 사람과 말을 모두 먹여살리며 제 역할을 다한 우물이다. 그 건너엔 남근 갓바위와 거북바위가 있는데 거북바위는 진짜 리얼하게 거북이처럼 생겼다. 원래 산 속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두었는데 장수를 의미하는 거북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란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장수바위로 더 유명하단다.

 

 

 

 

 

 

 

마을 초입에 있던 무인판매대에서 마을을 둘러보기 전 두부와 도토리묵을 사두었지만 아무래도 그냥 지나쳐가긴 아쉽다. 황토방에 들러 부추전과 도토리묵으로 배를 채우고 돌아나왔더니 한바퀴 더 돌아도 되겠다 싶다.

 

 

 

 

 

 

가을이 한 가득 내려앉은 마비정 마을... 긴 장대를 들고 다익은 감을 따는 할머니의 모습이 오늘 여행에 한아름의 웃음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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