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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영국(United kingdom)

영국인들이 휴가를 즐기는 바로 그 곳! 코츠월드의 버튼 온 더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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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행을 마무리하며 기분 좋게 호텔과 인사를 나누고 나오는 순간!

 

이! 럴! 수! 가!

 

동생의 캐리어 가방이 사라졌다. 시골마을의 작은 호텔이기에 프론트도 따로 없고 조그만 사무실이 모두인 그곳에 식사를 하며 맡겨둔 동생의 가방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도 멘붕~ 호텔측도 멘붕~

지금껏 여행에서 이런 상황을 한번도 경험해본적이 없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호텔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우리보다 앞서 나간 숙박객이 가방을 혼돈해서 잘못가져간게 아닌가 전화로 확인해봤지만 대답은 모두 "아니다"였다.

 

사실, 동생의 가방이 더 크단 이유로 면세점에서 샀던 모든 물건(그곳엔 부탁받은 거금의 물품이 들어있었다. T.T)과 벼룩시장에서 산 비틀즈 오리지널 앨범에 각종 상품권과 쿠폰 등이 들어있었고, 동생의 모든 짐들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나보다 더 당황한 동생의 얼굴을 보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순간,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언어였다. 에효~

 

겨우 정신을 차려 경찰서에 신고하고, 보험처리에 관련된 사항과 기타 등등... 몇 군데 전화를 하고 기다린지 2시간 가량...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앞으로의 우리 일정을 이야기 한 뒤 출국시간과 연락처 등을 남기고 마지막 여행지인 버튼 온 더 워터(Bourton on the water)로 향했다. 어차피 잃어버린 가방, 여행까지 흐트릴 수는 없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기분으로 옮긴 발걸음이 가볍고 즐거울리 만무했다. 서로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하다보니 오히려 더 위축되는 것 같기도 했다. 하늘이 꼭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우중충... 버튼 온 더 워터에 도착하고 한참을 벤치에 앉아 흐르는 물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앉아있기를 20분여 지났나? 한 사람이 동생의 등을 토닥이는게 아닌가.

 

누구세요?

 

하고 돌아보니 젊은 여성 경찰관이었다. 그리곤 우리에게 하는 말!

 

가방 잃어버렸죠? 그 가방 제가 가져왔어요!

 

 

반신반의하며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호텔에서 한 신고를 받고 호텔주변을(Stow on the wold) 둘러보다가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가방을 발견했단다. 그길로 호텔에 가져갔더니 이미 우리가 떠나버린 뒤였고, 혹시나 해서 이곳으로 우리를 찾아왔단다. 동양인 한 명 없은 이곳에서 젊은 동양인 여성이 둘이 앉아있는 걸 보니 우리가 가방 주인일거라 확신했단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

 

지난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소매치기가 가득하다는 박물관에서 떨어뜨린 지갑(떨어뜨린 줄도 모르고 실컷 둘러보고 나온 나! ^^;)을 고스란히 전달받았는데 이번에도 운좋게 잃어버린 물건 없이 그대로 전달받았다 생각하니 정말 내겐 '여행의 운'이 따라다니나 보다. ㅎㅎ

 

먼 곳까지 가방을 가져다 준 경찰관에게 감사의 인사로 인사동에서 산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고 사진도 한판 찍고... 기분 좋게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요 가방... 무사히 돌아온 걸 기념하며...

 

 

 

 

 

역시... 세상을 보는 눈은 마음에 있나 보다. 한참 침울해 있던 우리의 기분은 한껏 들떠버렸고 종알종알 말도 많아졌다. 찐~한 여행의 에피소드가 생겼다며, 이제 와서 얘기지만 찾을 것 같았다며 필요없는 말들을 쏟아내며 마을의 중심부로 향했다. 길을 가며 보이는 풍경 모두가 좋아졌다. ^^

 

 

 

 

 

 

 

 

코츠월드의 베니스라 불리는 버튼 온 더 워터는 물의 도시다. 베니스처럼 운하가 다니는 건 아니지만 대신에 물에 들어가 뛰어놀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오리떼와 강아지, 사람들이 어우러져 물놀이를 즐기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이런 마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는가. 영국인들이 이곳을 염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살짝 흐린 하늘에 해가 나왔다. 영국에서의 열흘... 거의 구름과 비와 함께 다녔는데 돌아갈 때가 되니 이렇게 화창해진다. 공원마다 윗통을 벗고 일광욕을 하는 영국인들의 마음이 지금 내 마음이 된 것 같다. 뜨거운 햇살에도 파라솔도 피지 않고 즐겁게 앉아 있다.

 

 

 

 

 

 

미니어처가 대표적 볼거리인 만큼 가구, 영국 시골의 전형적 오두막, 인형 등이 상점들에 가득하다. 가구들도 어찌나 섬세한지... 화장실 미니어처에선 빵 터져버렸다. 너무 앙증맞은 변기가... 내 마음을 빼앗았다.

 

 

 

 

 

 

뭔가 상징성이 있어뵈는 조형물인데 지도엔 나와있지도 않다. ㅎㅎ

버튼 온 더 워터는 작은 마을이지만 작은 박물관과 볼거리들이 모여있어 제대로 보려면 하루를 보내야 할 듯 하다. Model village를 필두로 하여 Model railway(철도 박물관), Perfumery House(향수 하우스), Pottery(도자기 제조), Motoring Museum(자동차 박물관), Birdland(새공원), Maze(미로)... 하루도 모자라겠구나.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더 좋았던 건 유유자적하게 이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어느 누구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 연인에게 집중하며 또각또각 가는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그저 바라보고 있는 내게도 행복감으로 다가온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나 또한 그들처럼 온전히 이곳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흐르는 강물에 발을 살짝 담궜다가 기분이 좋아지면 풍덩 빠져보기도 하고, 물장구를 치기도 하고... 이런 모습들을 주변에서 함께 즐거워하고... 이 보다 더 좋은 휴가가 어디있을까.

 

1년 전 그날을 회상하는 지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길지 않았던 영국여행을 마무리하며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지만 이렇게 편안한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내겐 축복이었다 싶다. 코츠월드에서 만난 넉넉한 마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그 분들의 웃음을 잃지 않겠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분들처럼 따뜻함을 지니고 살리라 다짐도 해 본다.

 

이번엔 코츠월드마을의 시작정도였지만 곧... 늦지 않은 어느 시기,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땐 코츠월드를 제대로 즐겨보리라...

 

영국, 안녕! 코츠월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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