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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배도 채우고 이제는 천수각이 남아있다는 마쓰에성에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물의 도시라 불리는 마쓰에시는 그 이름이 무색치 않게 강줄기와 호수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큰 도시는 강과 함께 생겨나듯이 마쓰에가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풍부한 자원을 가진 강과 호수 덕분이 아닌가 싶다. 해자의 규모도 남다른 듯 하다.
일본의 골목을 거닐면서 늘 마음에 들었던 것들이 이렇게 소박한 볼거리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터라 이 골목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도 분명 이 꽃들처럼 고을거란 생각을 하면서 웃음 짓게 된다.
지도도 없이 (지도가 있었지만 그냥 맘가는 대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 마쓰에성으로 향하다 보니 하늘에 솟아있는 천수각만 바라보며 걸어간다. 그랬더니 본의 아니게 성앞으로 당당히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뒷꽁무니로 슬쩍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법! 덕분에 작은 골목들과 공기좋은 산책로를 거닐 수 있어 더 좋았다는...
요 호리카와 유람선... 결국엔 못 타고 돌아왔지만 원래 여행에선 한 가지씩 아쉬운 걸 남겨두고 돌아와야 하기에 이번 여행에선 유람선을 남겨두었다. 그러면 담번에 마쓰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달려갈 수 있는 곳이 되겠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말이다.
하얀 목조건물로 지어진 건물은 마쓰에의 역사와 예술품, 역사자료 등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이다. 한문으로 된 이름만 없다면 빨강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뛰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건물이라 한다.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기존에 있던 일본 문화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만든 건물인 것 같다. 일본 고유 문화를 담고 있는 신사와 서양의 새로운 문화가 서로 이웃하여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괜스레 흐뭇하다. ^^
성에 들어가기 전 만나게 되는 또 하나가 마쓰에 신사다. 우리에게 동네마다 교회가 있다면 일본엔 신사가 있다 하겠다. 아니, 어쩌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은 수의 신사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신사에는 여러 명의 신을 모시고 있는데 지금 기억나는 건 도쿠가와 이에야스 밖에 없다. ㅎㅎ
몇 층일까? ^^ 겉으로 보기에는 5층 높이로 보이지만 실내에 들어가보면 6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의 아래를 받치고 있는 돌담은 '우엉쌓기'라고 해서 남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얼기설기 엮어 만든 것 같지만 이래뵈도 돌 쌓기로는 가장 튼튼한 쌓기 배열이라고 한다. 같은 건물인데도 세로와 가로가 다른 느낌을 준다. 이웃 블로거께서 세로 사진을 찍기에 가장 좋은 때가 가로를 찍고 난 뒤라는 말을 들었는데 공감! ^^
일본에는 많은 성들이 있지만 천수각이 온전히 남아있는 성은 그리 많지 않다. 12곳 정도? 그 중 한 곳이 마쓰에성이기에 이곳을 찾는 내게 하나의 의미를 던져준다. 1611년에 축조된 마쓰에성은 초록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때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봄날 벚꽃이 핀 모습이 장관이라 한다. 지난번 겨울 후쿠시마성도 좋았는데... 정말이지 다음 번엔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봄에 일본을 한번 가봐야 겠다.
한가지, 참고로...
일본 성들 가운데서 천수각이 남아있는 곳이 얼마되지 않는 이유는 천수각이 지방영주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중앙집권 국가의 형태가 확립되면서 천황의 힘을 보이기 위해 천수각을 가장 먼저 파괴했다고 한다. 일종의 '까불면 죽어~'라는 선전포고라고나 할까...
마쓰에성은 외국인 할인제도가 있어 여권을 지참하면 훨씬 더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다. 꼭 여권 챙기세요!
마쓰에성 마당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간단한 상점이 있는데 전통 복장을 하신 분이 우리를 맞아준다. 손도 들어주고, 멋진 포즈도 취해 주는데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사진은 이렇게 되어 버렸다. 아쉬워라.
전통 무사복장을 한분이 한 분 더~ 친절하게도 관광객의 사진까지 찍어주고, 사진도 함께 찍어주고... 홍보대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나도 기념으로~ ^^
이제 마쓰에성 내부로...
마쓰에성 내에는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볼거리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지난번 후쿠시마 츠루가성에서는 우뚝 서 있는 성만 보고 돌아왔기에 일본 성을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무사들의 용맹함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무기들과 갑옷(?), 가면, 일상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물건들과는 달리 발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은 이곳이 전투로 무장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스레 느껴지는 곳이다.
깊이 24m의 우물(이 우물은 늘 식수를 얻을 수 있는 우물이란다. 지금은... 동전이 가득~ ^^)과 청동으로 만든(안은 나무로 채워졌다. 나무로 만든 것으로는 일본에서 가장 크다고...) 치미, 갑옷과 함께 쓴 투구들이다.
마쓰에시 전체를 볼 수 있는 모형이 여러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모형만 볼 수는 없지 않나? 실제로 천수각에서 바라 본 마쓰에시의 모습은 더 멋있다. 멀리 신지코 호수도 보이고... 과연 하늘에서 바라보는 땅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쓰에성의 천수각은 망루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사방의 모습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렇게 마쓰에성을 둘러보고 다음 여정을 위해 성을 벗어난다.
마쓰에성 담을 둘러싸고 있는 성루 3채는 근래에 복원된 것이다. 해자 너머에서 바라보니 독특한 성벽이 정말로 견고해 보인다. 해자에는 거북이가 가득~
이제 어디로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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