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주코쿠(中國)

모란이 만든 섬, 다이콘시마의 유시엔

728x90

내 기억에서 멈춰있던 시간은 기억 속에서만 그랬나보다. 어언 4개월, 시간은 그렇게 흘러 있었다. 이제야 겨우 꺼내보는 1박2일간의 일본여행. 오랜 친구같은 재팬인사이드와 떠나는 1년 만의 여행. 한 여름밤의 꿈처럼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버린 이제는 '그리움'이 되어버린 시간들...

내 안에서 요동치는 울렁거림이 마쓰에시에 대한 기대인지, 이미 바다에 익숙해져버린 몸이 다시 땅에 적응하기 위한 발악인지 도무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그 때, 다이콘시마의 유시엔에 도착했다. 상황파악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요한 정원 속으로 내 몸을 던졌다.


몇 년이 지나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 일본의 거리. 일본의 대도시는 가본적이 없어 북적한 일본의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시골의 모습들은 대개 이런 소박한 모습을 지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색하지 않고, 어제였던 것처럼 익숙하게 그 곳을 만난다.



유시엔은 에도시대 정원을 그대로 가진 전통양식의 정원이다.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것이기에 온 정신을 다 쏟아부어 봐야하건만 몽롱한 내 정신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음을 가다듬어 정원으로 향할 수 있도록 준비운동을 시켜준다. 그제야 조금씩 나아지는 나!


매점인듯 하다. 어찌보면 식당인듯 하기도 하고... 목을 축이고 마음도 촉촉히 하라고 시원한 음료수들이 얼음창고에 가득하다. 일행보다 조금 늦게 들어선 탓에 자세한 설명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이 음료수병이 꽤 의미있는 것이라 한다. 전통 모양을 그대로 본땄다고 했나? 병의 수요가 많아 사용 후 회수해서 다시 사용하기를 반복한다고 한 것 같은데 머릿 속 퍼즐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눈으로만 실컷 마시고 들어간다~



몇 번 안되는 일본여행을 하면서 '일본'하면 함께 떠오르는 것이 한 광고에서 나온 문구인 '소리없이 강하다'였다. 유시엔은 늘 기억하던 그 문구를 더욱 강하게 각인시켜 버렸다.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크고 높게 뻗은 나무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낮은 주택들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끔 한다.

<유시엔 안내도: 유시엔 홈페이지(www.yuushien.com)>


"저리로 가세요!" 행여나 길을 잃을까 깜찍하게도 작은 도령이 손짓해준다. "고마워!" 답하며 손끝을 쫓아 달려간다.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이 유시엔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넣었다. 이동하기엔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나무막 아래에 있으니 나름 운치있어 보인다. 비가 내리는 풍경은 이렇게 봐야 제 맛이다. 빗물의 모양을 그대로 받아주는 물길이 있고, 빗물로 인해 더욱 파랗게 빛나는 풀이 있고, 빗소리를 제대로 울릴 수 있는 얇은 지붕이 있고... 의자 하나 들고 와서 '세월아~ 네월아'하고 앉아 있고 싶다.

 


유시엔은 일본인 '가도와끼'가 부지를 매입하고 8년에 걸쳐 만든 에도시대의 정원이라 한다. 250여 종류의 모란이 365일 쉴 틈없이 피고 지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모란은 봄에 피는 꽃이지만 세심한 관리로 이곳에서는 매일 화려한 모란을 볼 수 있다. 다행이 추위에도 잘 견뎌 흰 눈이 덮인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단다.
에도시대의 정원은 연못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시엔도 풍경의 중심엔 작은 물길들로 이루어진 연못이 있어 다른 모양의 다리들을 건너가며 관람할 수 있다.


 

모란이 피어 있는 그 곳으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꽃에 비유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꽃들을 두고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꽃은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는다. 꽃을 바라보면 사람에게도 웃음꽃이 핀다. 향기는 때로 약이 되기도 한다. 떨어지는 순간 조차 땅을 촉촉히 만들어 준다. 세상에 어찌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모두들 너무 즐거워한다.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란정원에 들어서면 촉촉함이 몸을 감싼다. 냄새에도 물기가 가득하다. 덕분에 내 피부도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ㅎㅎ


언뜻 조화같기도 한 모란들은 모두 생생한 생명을 가진 진짜 꽃들이다. 분홍이도 같은 분홍이가 아니고, 빨강이도 같은 빨강이가 아니다. 물론 보라도 마찬가지다. 셀 수 없는 꽃잎들이 하늘하늘 춤추다가 사람들이 들이닥치면 '얼음'하고 멈춰버리는 것 같다. 그래도 그들의 숨소리를 숨길 순 없다.

<유시엔에서 만나는 꽃들>

이 꽃들을 두고 어떻게 발을 떼란 말인가...


나오니 바로 기념품 샵이다. 사람들의 심리를 너무 잘 꿰뚫은 상술인 것 같다. 화려한 꽃들로 마음을 흥분시키고 난 다음 기념품을 살 수 있도록 말이다. 이미 충분히 부풀어 오른 마음이라 보는 것 마다 모두 손이 간다.


 

복을 빌어준다는 물건들부터 아기자기한 일본의 공예품들, 특별한 상황에 요긴하게 사용될 것 같은 일상용품들... 그래서 하나 손에 쥐었다. 유시엔의 모란들이 피어있는 작은 주머니이다. 사실 몇 군데를 둘러보면 어떤 기념품들이 인기가 있는지를 알 수 있을 만큼 같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왠지 이건 여기가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돌아올 때까지 같은 것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선택이다.


일본 전통 혼례식인줄 알았는데 남자밖에 없다. 무슨 촬영을 하는 듯 하기도 한데... 하~ 이럴 때 언어가 필요한 것이다.


모란관을 기점으로 모란관 전에는 푸른 나뭇잎이 무성한 정원이었다면 모란관을 나서면 인상적인 모래밭이 나온다. 물이 없는 정원으로도 유명하다는데 정말 물 대신 모래가 요동친다. 참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근데 폭우가 쏟아지면 여긴 어떻게 되는거지?

<백사청송 정원>


유시엔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좋~~~~다~~~!

<모란관음보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들이 있다더니 모란관음상도 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의미의 모란관음상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런 곳에도 관음상이 있다는 것이... 그저 웃음만 나온다. 허허허!
 

<이치보 찻집>

걷기가 힘들다면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유시엔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아니 조금 더 많이 뿌리면 그윽한 차 향기와 함께 창 밖을 내다보며 일본의 정원을 감상하는 것도 꽤 낭만적일 것 같다. 마지막 인사를 하며...

반응형

인스타그램 구독 facebook구독 트위터 구독 email보내기 브런치 구독

colorful png from pngtree.com/

DNS server, DNS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