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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카프리] 아나 카프리를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와 이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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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에서 아나카프리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리프트를 갈아타야 한다. 좁은 한길을 따라 달리는 버스는 딱 카프리스럽게 작고 귀엽다. 나도 나름 Good Driver라 자부하지만 어떻게 그 좁고 구불한 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매일을 곡예하듯이 달려야 하는 이 길에 가족을 내놓은 사람들은 얼마나 조마조마하며 어둠이 내리길 기다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버스에서 내려 리프트로 향한다. 1인용 리프트 일줄은 몰랐는데 옛날 놀이공원에서 타던 그네가 생각나 괜히 신난다. 맘 같아선 몸을 움직여 한번 흔들어 보고도 싶은데 그 만큼의 용기는 나지 않나보다. 그냥 맘만 그렇게 가지고 다리만 살짝 살짝 흔들어 댄다.


작은 그네에 몸을 싣고 하늘로 향한다. 내게 좋아하는 최고의 순간은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는 것이다. 땅을 밟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걷고 있는 길, 동네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완전하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속시원하게 모두 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애써 힘들더라도 비행기도 창가쪽 자리를 고집한다. 푸른동굴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은 이곳에서 확~ 날려버렸다. 시원한 카프리의 바람과 함께...


카프리섬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 정해진 몇 군데에 한정된 것 같다. 그 외엔 모두 나무와 풀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바다와 더욱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름다운 섬을 음미하듯 바라다보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카프리와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것 같아 너무 좋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은 어떨까?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 내 그림자를 찍는 일이다. 특히나 혼자 떠난 여행에서는 더욱더... 이제 내 그림자를 찍는 일도 꽤나 익숙해졌다. 이곳 이탈리아에서 나는 내 그림자를 찍거나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찍는 것이 그나마 나를 찍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되었다. 사진찍어달라고 부탁하면 카메라를 들고 도망가버린다는 말 때문에 다른 곳에서처럼 부탁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아나카프리 정상에서는 한장 남겨왔다. 잘 생긴 아들과 함께 올라온 어머니께 부탁해서.

 

 리프트에서 내려 위로 몇 걸음만 올라가면 아나카프리의 최정상이다. 그냥 카프리를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확~ 트인다. 머리도 확~ 트이고, 얼굴에서도 한없이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이 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싱글벙글이다. 한쌍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웃고 계신 모습도 내게 웃음을 흘리게 한다. 나도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건 전적으로 내게 달려있지만... ㅎㅎ

 


이 높이에서도 바닷속이 내려다 보이니 카프리의 바다가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듯...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풍덩 뛰어들고만 싶다. 그러면 저 바다가 나를 포근하게 감싸줄 것만 같다.
저기 떠 있는 배들은 대부분 해수욕을 하기 위한 배들이다. 모래사장이 있어야 해수욕이 가능하다는 나의 오랜 고정관념을 이곳에서 완전히 벗어버렸다. 배 위에서 뛰어내려 해수욕을 즐기다 다시 배로 올라와 일광욕을 즐기는 것이 그들의 휴가법이다. 나도 한번 해 보고 싶은데 내게 주어진 시간은 거기까진 허락하지 않는다.


이리 찍어보고, 저리 찍어봐도 카프리가 가진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담기가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카프리의 모습은 내 마음에 담는다. 언젠가는 아니, 지금 이 시간부터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은 옅어지겠지만 이곳에서 즐거웠던 그 느낌은 언제까지나 남아 있으리라...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밤, 나폴리의 민박집에서 이별의 술잔을 들었다. 처음 만난 3남매와 우연한 인연치고는 너무나 깊고 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금생각해도 여행지에서 만나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일텐데 깊은 이야기를 해 준 그 친구들이 너무나 고맙다. 스위스로의 이동만 아니면 밤새워 나눠도 좋을만큼 귀한 이야기들이었는데... 고등학생 여동생과 대학생 오빠 둘이 떠나는 유럽여행이란다. 쉽지 않은 조합이지만 부러울만큼 아름다운 모습이다. 우리 세자매도 이렇게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더 부러워진다. 요즘 대학생답지 않게 생각이 깊은 그 청년들은 어느자리에 있어도 빛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만날 수 없지만 내 기억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만큼 그들의 기억 속에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더 나은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마음으로 바라고 기도한다.




다녀온지 8개월만에 이탈리아 여행기를 끝냅니다. 게으른 탓도 있고, 바쁜 일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로 늦어졌지만 여행기를 쓰면서 다시 한번 더 이탈리아를 여행한 기분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또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추억을 곱씹어야겠네요. ^^
이젠 스위스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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