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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바티칸(Vatican)

[바티칸]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경제적인 바티칸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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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을 알리는 이정표>

지구상의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정식명칭: 바티칸 시국(La Citta del Vaticano)'이지만 아직까지 바티칸이 이탈리아에 있는 도시 중 하나로 인식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면적(크기)에 따라 나라와 도시를 규정하는 기준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맘 속에 깊이 박혀있나 보다(사실 우리동네도 작은 나라에 속하는데 크게 느끼진 못하는 것 같다). 유럽의 많은 작은 나라들이 면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작을지언정 생활수준이나 문화적 수준이 훨씬 높은 경우가 적지 않은데 말이다. 여튼 나는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그 나라, 내 정신적 지류의 원천이 되는 바티칸으로 향한다.


바티칸 시국(Stato della La Citta del Vaticano)

바티칸은 교황이 거주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가로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지이다. '바티칸'이라는 명칭은 바티쿠스(Mons Vaticus)언덕에 위치하고 있다는데서 연유한다. 가톨릭의 총본산지라고 하지만 사실 교황이 이곳에 거주하게 된 것은 가톨릭 역사에서 봤을 때 그리 오래되지 않은 1377년 부터이다. 원래 라테라노 대성전이 있는 궁에서 생활을 하다가 프랑스 아비뇽(아비뇽 유수; 1309년~1377년)으로 건너갔고, 아비뇽에서 다시 바티칸으로 돌아와 생활하면서 1929년 바티칸 시국이라는 국명으로 독립을 선포(라테란 조약)하였다. 현재 베네딕도 16세 교황(제265대 교황)이 국가원수로 있는데 면적은 0.44㎢(내 눈을 의심했다. 44㎢가 아닌가 하고), 총인구는 1000명(대개 성직자와 수도자가 아닐까?)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명실상부한 하나의 국가이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관광객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경제적인 바티칸 여행을 한다." ㅎㅎ 바티칸 여행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바티칸박물관, 성베드로 성당(성베드로 광장 포함)으로 나눌 수 있다. 바티칸 박물관을 먼저 봐도 되고, 성베드로 성당을 먼저 봐도 되지만 일반적으로 바티칸 박물관을 시작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고, 그게 훨씬 더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투어도 아니고, 일행도 없이 혼자하는 바티칸 여행이지만 너무나 꼼꼼하게 동선을 체크해 주신 그 분 덕분에 처음에 조금 헷갈리긴 했지만 별 무리없이 잘 다녔던 것 같다.
바티칸 박물관9시에 문을 열지만 그 시간에 맞춰가면 언제 입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최소한 오픈 1시간 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좋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예약비를 지불하고 인터넷에서 예약(이탈리아에선 예약하는 모든 것에 수수료가 붙는다)을 하면 되겠지만 한푼이라도 아껴 여행을 해야하는 사람들에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갈 때마다 예약한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싸고 편하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 빨리 박물관으로 향하는 방법이 최고다. 물론 기다려야 한다는 수고가 있지만 그정도 수고쯤이야 참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일찌감치 얼린 물을 싸들고 바티칸으로 향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해 8시쯤 박물관 입구에 도착했는데... 내가 1등일 거라고, 최소한 10등 안에는 들거라 생각했는데 ㅎㅎㅎ 이미 10여 미터 정도 줄을 선 사람들이 있다. 성벽은 또 왜 그리 높다란건지. 벽만 본다면 아무도 침범할 수 없을 듯 하다. 원래는 도착해서 점심으로 먹을 파니니도 하나 사고, 여유롭게 갈 생각이었는데 빵도 포기하고 줄만 섰다. 그래도 9시 문을 열고난 뒤 5분 안에 박물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확신한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경제적인 바티칸 여행을 한다." (일찍 들어가니 줄선 사람들이 다 들어오는 시간동안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특권도 생긴다)

<바티칸 박물관 티켓: 15유로(쿠폴라 별도)>


귀중한 유물들이 많은 만큼 입장도 꼼꼼하게 확인하여 이루어 진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검색대를 통과하면 조금은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전시장의 위치를 알리는 각종 화살표들이 난무한 곳에서 어디로 향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참을 헤매야할 수도 있다. 참, 가이드 투어가 아니라면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오디오 가이드 부스에 있는 세계 8개국의 언어 중 우리의 언어 '한국어'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 하지만 나는 이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mp3파일로 받아 둔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가이드와 비교하면 턱없이 빈약한 자료이지만 중요한 작품들에 대한 소개는 거의 나와있어 이것으로도 관람시간이 꽤 걸린다. 베드로 성당까지 해서 보통 하루 왠종일 걸리니까...

▶ 유럽의 박물관 오디오 가이드(MP3) 제공: 투어야(SBK) 홈페이지 http://www.sbktour.com/cmm/info.html
    유럽 5대 박물관(대영박물관, 내셔널미술관,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바티칸박물관 & 성베드로성당) 오디오 가이드 제공

<발코니?>


박물관으로 들어서서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이 시작되는 회화관(Pinacoteca)을 찾느라 좀 헤맸다. 그래서 정원, 발코니를 몇 번씩 오갔다. 사람들이 더 들어오기 전에 뭔가를 봐야겠단 급한 마음 때문에 눈앞에 있는 문을 몇번이고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아~ 그래도 한때 꼼꼼하고 침착하단 소리를 적잖게 들었는데 왜이리 덤벙대는지 모르겠다. 너무 빡빡하다고 사람들이 그래서 살짝 맘을 풀어보려 했는데 요즘은 완전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 되어 버렸다. 성베드로 성당의 쿠폴라를 바라보며 맘을 다잡고 다시 찾아나선다.
 
<피냐의 안뜰>

덤벙됨으로 인해 바티칸의 대표적인 정원이라 할 수 있는 피냐의 안뜰은 엄청 지나다녔다. 박물관 안에서 보면 넓은 정원들이 많이도 보이는데 그곳은 일반 관광객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란다. 결국 이곳이 우리가 갈 수 있는 유일한 정원인 셈이다. 피냐는 솔방울이라는 말로 안뜰의 정면, 즉 피오클레멘티노 미술관이 있는 벨베데레 궁전의 벽쪽에 장식되어 있는 솔방울을 말하는 것 같다. 장식된 피냐는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아그리파의 목욕탕 근처에서 발견되어 이곳으로 옮겼다. 저 계단 미켈란젤로가 디자인 한 것이라고 한다.


중앙에 있는 조각상 사진으로 보니 너무 작게 보인다. 실제로는 상당히 큰 동상이었는데... 아침 일찍부터 햇볕이 꽤 뜨겁다. 왜 선글라스가 없이 이탈리아를 다닐 수 없는지 알 것 같다. 밀라노부터 시작해서 로마에 까지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니 태양이 더욱 강렬해짐을 느낀다. 물론 나폴리가 최고였지만.

<천체 안의 천체>

현대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 지구본은 아르날도 포모도로가 만든 '천체 안의 천체(Sfera con Sfera)'이다. 책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 그런가보다 하는데 깨진 듯한 지구의 모습이 괜히 신경쓰인다. 환경오염으로 앓고 있는 지구를 표현한건지 아니면 폭력이 난무한 인간세상을 표현한건지 모르겠지만 여튼 께름칙하다.

<성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와 브라초 누오보(신회랑)>

4각형으로 만들어진 정원이 넓고 좋은데 아쉬운 점은 앉아 쉴 수 있는 나무그늘 하나 없다는 것이다. 이 정원 테두리에는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들, 시스틴 성당의 벽화 등에 대한 설명이 판넬로 전시되어 있는데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돌아가며 모두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나는 살짝 패스하고 이곳을 떠났지만 가이드 투어를 하는 많은 관광객 무리들이 이곳 저곳에서 설명을 듣느라 진땀을 뺀다. 한국어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던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ㅎ

우리가 갈 수 없는 정원을 소개합니다.

창문 넘어로 정원을 바라보며 이런 곳에서 매일 산책할 수 있는 교황님은 참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 누군가는 그 큰 짐을 지고 사는 사람이 이런 곳에서 있다는 것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겠나 하더군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서도 그 사람의 말도 틀리진 않단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가 아무리 좋은 곳에서 있어도 그 흥이 오래 가지 못하듯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의 의미는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도... 그래도 이 정원이 참 맘에 듭니다. 그래서 소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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