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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밀라노] 밀라노에서 만나는 파리(Paris)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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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럽을 찾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지만 나는 세번째 유럽에서 이탈리아를 만났다. 맛있는 음식, 좋은 옷을 제일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꽁꽁 숨겨두었다가 맨나중에 꺼내드는 사람이 있다. 나는 완벽한 후자에 속한다. 이런 내모습이 조금 어리석어 보인다는 느낌이 들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 꼭 가야할 곳이고,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조금은 남겨두고 싶은 그런 곳이 이탈리아였다.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 내가 무엇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알 수 없지만 나도 드디어 이탈리아에 발도장을 찍었다.
이탈리아를 기웃한 것은 년초에 이탈리아 사진으로 장식된 다이어리를 사면서이다. 물론 그 다짐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가느냐, 못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꼭 가야할 곳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내 삶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 어쩌면 내 나름의 최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추구해야 할 하나의 희망이 생기는 거고, 그 희망이 있음 언제나 행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나보다. 이렇게 내가 지금 이탈리아, 밀라노 땅을 밟고 있으니 말이다.

<평화의 문, Arco della pace>

많은 사람들이 밀라노 여행을 시작하는 기점으로 두오모를 잡는다. 밀라노의 대표적 관광지이기도 하고, 도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관광지를 찾아가기도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 평화의 문에서부터 밀라노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민박집에서 가깝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평화의 문을 내 여행의 기점으로 삼았다. 어제 오후 민박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길게 뻗은 골목 끝에 히끗 보이던 것이 이 평화의 문이었다. 언뜻보면 프랑스의 개선문이 보인다. 알고보니 1796년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를 격파하고 밀라노로 입성한 것을 기념하는 것이란다. 전쟁 뒤 찾은 곳에 평화의 문이라... 도대체 무엇이 평화인가?

<평화의 문 전면>

평화의 문은 규모나 생김새나 모든 면에서 파리에 있는 카루젤 개선문과 굉장히 비슷해 보인다. 유명세로 따지자면야 카루젤 개선문이 훨씬 더 유명하지만 세워진 년도를 보면 평화의 문이 조금 앞선다. 여기서 연습해서 카루젤 개선문을 세운 것인가보다. 정말이지 평화의 문은 개선문의 인기도에는 영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른 아침이기도 하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나폴레옹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것인가? 이탈리아에는 무지 많은 개선문들이 있고, 나폴레옹의 개선문은 그것들을 본딴 것에 불가하니 그리 시선을 받지 못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 카루젤 개선문(Arc de Triomphe du Carrousel) 관련 포스팅




<평화의 문 안쪽 부조>


늠름하게 입성하는 나폴레옹의 모습을 나타낸 부조다. 하나의 건물과도 같은 기념탑(?)은 굉장히 세심하게 조각되어 있다. 개선문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에 비할 수는 없지만 이곳 역시 대단하다. 하지만 그 대단함 속에 아련함이 남는다. 내게 보여지는 느낌은 늠름하고 카리스마 있는 개선장군의 모습보다는 애물단지가 되어있는 늙은 장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셈피오네 공원(Parco Sempione)>

평화의 문은 셈피오네 공원의 시작(또는 끝?)이기도 하다. 셈피오네 공원은 이탈리아 속의 영국식 정원으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조깅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잠시 쉬어가기 위해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나 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그들에 비슷해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여행자들. 어떤 모습이든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없다. ^^

<공원 도서관>

공원 한켠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미술관 옆 동물원. 그런 분위기다. 공원 안 도서관? ㅎㅎ 늘 생각하는 거지만 공원과 도서관은 꽤 어울린다. 유럽사람들에겐 특히 그런 것 같다. 아마 책을 들고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보다. 아직 문을 열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책을 읽으면 머릿 속에 쏙쏙~ 들어올 것만 같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들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커피향을 맡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도서관 뒤쪽으로 브란카의 탑이 보인다. 저 위에 올라서면 밀라노 시내를 훤히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두오모 지붕에 올라가기로 마음 먹은 터라 이곳은 그냥 패스다.



누굴까? 석상아래 뭔가 적혀있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작지 않은 동상의 규모로 보아 중요한 사람인가 본데 이탈리아는 길거리 곳곳에 이런 동상들이 너무 많다. 지금 보니 얼굴도 좀 익은 것 같은데 누군지 잘 모르겠다. 무슨 2세인 것 같은데... ㅎㅎ 시간을 가지고 찾아보면 찾을 수 있으려나. 아~ 해결되지 않으니 기분이 굉장히 찝찝하네. 그러게 천천히 잘 보면서 다니기로 스스로 다짐해두고 첫 걸음부터 이렇게 헷갈리기 시작한다.

<스포르체스코 성>

밀라노 여행에서 첫번째 이슈가 두오모라면 스포르체스코 성은 두번째쯤 될 것 같다. 작은 연못들이 아름다운 셈피오네 공원과 붙어 있어 성의 품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북적북적한 시내의 모습보다는 이런 여유있는 정원과 붙어 있는 성의 모습이 더 이상적으로 다가오니까 말이다. 모르긴해도 과거에 이 공원은 스포르체스코 성의 정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공원을 따라 걸으면서 간단히 아침운동하고, 이제는 정말 화려한 볼거리를 찾아 간다. 약간 땀이 스며나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은 기분좋은 상태이다.

<스포르체스코 성의 담벽>

드디어 공원의 끝에 다다랐다.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담벼락에서 벽돌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오랜 시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닳아없어진 귀퉁이 벽돌마저도 정감이 간다. 500년의 세월을 어찌 그냥 견딜 수 있을까. 단조로운 저 벽을 넘어서면 지금과는 다른 아름다운 성의 내면을 볼 수 있겠지. 후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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