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들의 악기를 한 곳에 모아둔 악기박물관으로 약 500여점의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눈으로 구경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악기가 가진 고유의 특성들을 살펴 몇 몇의 악기들은 직접 소리도 내어보고 연주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한가지의 볼거리라면 나라에 따라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과 풍물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멀리까지 가지 않고서도 풍부한 문화적 접촉이 가능한 체험박물관이다.시기를 잘 맞춰가면 다양한 민속음악 공연과 강좌도 접할 수 있다
관람가능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30분
입장료: 5,000원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입구]
'헤이리'에는 이야기가 있다. 갖가지 색다른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이 건물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인간이 사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각자 다른 테마를 가지고, 함께 어울림과 독자적인 개성이 공존할 수 있음도 보여준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예술마을이라는 테마 아래 '음악' 그것도 '악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우리의 관심을 끌고 간다. '헤이리 소리'는 이곳에서부터 퍼져나가 멀리로, 멀리로 메아리 친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내부모습]
사실 헤이리를 찾아오면서 유료공간을 찾아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헤이리'노래를 부르며 이 곳을 기대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이곳의 '건축물'들을 보기 위함이었다. 과거 건축가였던 아버지를 보며 어렸을 때부터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그려왔고, 건축가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동생을 통해 좀더 현실성 있는 건축물들을 생각할 수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색다른 건물들은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그러한 동기와는 상관없이 헤이리에 와서 꽂힌 곳이 이곳이다. 평소 음악과 악기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피아노를 전공하기 바랬던 엄마의 요구를 거역(?)하면서 겉으로라도 악기와 멀어진 척 보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나긴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 하지만 이곳에서 무의식 속에 남아있던 음악에 대한 그리움이 불쑥 솟아오르고야 말았다. 거기에는 아마도 나의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도 한 몫을 했겠지만 말이다.
전시 악기들
각 대륙별로, 각 나라별로 나누어 악기를 전시하고 있다. 비슷하게 생긴 악기들이 다른 이름을 가진 경우도 있고,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에서 비슷하게 생긴 악기나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재료로 악기를 만들기도 한다.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악기도 있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라는 염원을 담고 있는 악기도 있고, 말그대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악기도 있다. 담긴 의미는 모두 다르지만 악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선율과 리듬은 듣는 모든 이의 감성을 자극했으리라.
--- 고대 유럽권 ---
<툼박-이집트> <레박-모로코>
두 줄의 현을 가지고 있는 레박은 페르시아를 기원으로 한다.
현은 말총으로 만든다. 꼭 바이올린 활처럼 생겼다.
<사즈-터키> <아이젝, 카눈-터키>
10세기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카눈은 동물내장으로 만든 줄을 사용했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나이론줄로 바꾸어 사용했다.
무릎이나 탁자위에 올려놓고 사용했으며
서양의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나 피아노의 원리를 제공한 악기란다.
--- 아시아권 ---
<생과 훈-중국> <비파-중국>
생은 17개의 대나무관을 엮어 끝에 달린 쇠청을 울려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훈은 점토를 구워 만든 것으로 앞에 7개, 뒤에 2개의 구명이 있다. 우리나라 고려때부터 전해졌으며, 지금도 문묘제례약에 사용된단다(낮고 부드러운 소리). 비파는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맞대어 배모양으로 만든 악기다. 비파를 세워 다리에 대고 술대로 타서 연주한다. 고구려때 우리나라에 전래되었으며, 우리나라를 통해 일본으로 유입되었다. 붉은 색의 화려한 색채가 중국의 이미지를 그대로 전해주는 듯 하다.
<얼후-중국>
6각형 또는 8각형으로 몸통을 만들고 그 위에 뱀가죽을 씌웠단다. 활대를 가지고 연주한다.
<톱쇼르-몽골, 북-대한민국> <야산갈링-몽골>
염소가죽으로 만들고 소장이나 말총으로 현을 만든다. 불행하게 죽은 사람의 무릎뼈로 만든 악기로
죽은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종교적 의미로 사용한다.
티벳과 몽골에서만 볼 수 있으며
뼈에 은세공이나 보석을 박아 치장하기도 한다.
<뭇쿠리-일본> <소해금, 태평소-대한민국>
일본의 뭇쿠리는 대나무로 만든악기이다. 태평소는 너무나 다양하게 사용되고, 익숙해 굳이 설명이 없어도...
어떻게 연주하는지는 잘모르겠다. 소해금은 고조선부터 사용했다는데 사실일까?
나무판을 긁어대나? ^^ 여기 전시된 것은 1960년대 말 북한에서 개량한 것이란다.
<사랑기, 엑타라, 시타르-인도>
엑타라는 염소가죽으로 씌운 몸체에 한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종교의식때 쓰는 악기이다. 줄감기를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 시타르는 개량 현악기로 개방현과 공명현이 따로 있다. 사랑기는 사람목소리를 가장 가깝게 재현하는 악기로 우리의 아쟁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반주악기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독주악기로 많이 사용된단다. 사랑기라는 이름은 '100가지 음색'을 뜻하는 사우랑기(saurangi)에서 유래되었다.
--- 아프리카권 ---
아프리카는 왠지 타악기가 발달되어있을 듯 하다. 나의 상상 속에 나타나는 원주민들의 모습은 지팡이를 지고, 북을 두드리면서 그들만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 생각과 다르지 않게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아프리카 악기들은 타악의 형태가 많이 보인다. 특이한 것은 아프리카 악기들은 장식적인 요소들에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사람들은 대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자신들의 세계에 침범하려 하는 자들을 경계하기 위한 의미가 담겨있지 않을까. 혼자 멋대로 생각해 본다.
<쿤디(잔데하프)-콩고>
하프 형태의 현악기로 부족의 특징을 담아 다양한 형태가 있다.
<발라폰-아프리카>
실로폰이나 마림바의 원조이다.
나무를 불에 구워 단단하게 만들어 건반을 만들고,
아래에는 조롱박을 달아 공명이 잘되게 했다.
이건 실제로 연주도 해봤는데 나무로 만들었는데도
소리가 둔탁하지 않고 아주 좋았다.
--- 유럽권 ---
<니켈 하르파-스웨덴>
스칸디나비아지방의 악기로 현을 울려 소리내는악기처럼 보이지만 목 부분에 있는 건반을 눌러 현이 공명하면 활로 연주한단다.
<투델-스페인>
옆에 있는 관악기는 유럽 전역에서 사용되는 목관악기이다. 파티와 춤 등에 드럼, 다른 악기들과 함께 사용된다.
--- 아메리카권 ---
한참을 둘러봤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었다면 더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었을텐데 이 곳을 관람하는 동안 나 혼자 뿐이었기 때문에 악기를 쳐보는 것도 흥이 나지 않아 몇 번 두드리다 말곤 했다. 개인이 소장한 물건들과 좋은 뜻으로 기증해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런 조그만 박물관들이 우리나라에도 속속 생기고 있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이런 박물관 내지는 전시관이 생겼으면 하는 염원을 가진다.
체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이곳에 어린 아이들이 많이 찾으면 좋을 것 같다. 몸으로 익힌 것은 잊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체험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인격을 형성하고 앞으로의 삶의 태도를 형성하는데 크게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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