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2박 3일간 보낸 보금자리>
계속 호텔에서 보내다가 이런 가정집에 머물러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이라 더 귀중한 시간이다. 이 곳에 있는 후배덕에 이렇게 좋은 곳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낸 곳은 3층 지붕위에 창문으로 보이는 곳이다. 밤에는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밤하늘과 별들이 예술이다. 저절로 시가 한 수 나올 정도이다. 잘츠부르크 달 밝은 밤에...' 도착하는 순간 반해버렸다. 동네도 너무나 조용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듯... 정말 떠나오기 싫은 곳이다.
아주머니께서 평소에 얼마나 정성을 들여 이곳을 가꾸셨을지 눈에 선하다. 부지런하여 꽃과 과일을 키우시면서 열매가 맺으면 그걸로 쨈과 기타 음식 등을 만드신다. 우리가 그 곳에 머무는 동안에서 손수 만드신 쨈 맛도 보여주시고 과일도 바로 따다주셨다.
내가 키우다 죽여버린 다육식물이 여기에 있어 어찌나 반갑던지..
아주머니의 정원에 있는 곳과 나무는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밤 늦게 들어와 아침 일찍 관광을 나가는 우리를 위해 늘 일찍 일어나셔서 식사를 준비해주셨다. 떠나는 날 아침도 안이 너무 조용해 살짝 나오려 했는데 아주머니가 우리가 떠나는 날을 잘못아셨단다. 하루 더 있는 줄 알고 계시다가 갑자기 우리가 가야한다고 하니 정신없이 또 아침을 준비해주셨다. 그 배려가 어찌나 고맙던지...
마리아아주머니는 액션도 상당히 크고 감정표현도 굉장히 풍부하셨다. 그래서 말만 듣고 있어도 그녀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밥먹을 때에는 옆에 앉으셔서 아들얘기도 해주시고, 사진첩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시면서 많은 설명도 해주셨다. 직접 만든 쨈도 주시고 열매도 마당에서 따서 먹으라고 주신 그 마음을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에 오게되면 꼭 다시 오라고, 우리도 꼭 다시오겠다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마리아아주머니 남편분이 무쟈게 잘생기셨던데 여행을 떠나 뵙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젊을 때 사진이었지만 브레드피트를 닮은 아저씨였는데... 네팔, 파키스탄 이런 쪽에 여행을 좋아하신단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 쪽으로... 산사나이!!! 멋지긴 한데 아주머니는 젊었을 때 맘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다. 우리가 돌아오고 나서도 그 곳에 있는 친구에게 안부를 물어보실만큼 따뜻한 아주머니, 꼭 다시 뵙고 싶다.
잘츠부르크는 비엔나에서 3시간여 걸려 도착했다. 멀고 생소한 곳을 여행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 수 있었다. 기차가 도착할 것이라는 방송만 듣고,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내릴 준비를 끝내고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으니. 비엔나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첫인상이 괜스레 따뜻함을 느끼게했다. 물론 보고싶은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크게 좌우를 했겠지만...
한 곳에 아담하게 모여있는 듯하면서도 작지 않은 도시는 영화에서 보던 중세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사실 비엔나에서는 여기 조금, 저기 조금이라 그 옛날 어떻게 다녔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휘리릭~하고 지나간다면 하루만에도 충분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도시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일인당 소득이 가장 큰 도시라하던데 너무나 여유로운 그들의 모습에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조금이라도 돈을 모우기 위해 아둥바둥 정신없는데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실질적 모습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여유롭고, 욕심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나 멋진 이 곳의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삶. 그러다보니 복지적인 측면도 발달된 듯~
사실 나는 이 곳의 교통체계만을 보고 하는 말이지만 이런 사소한 것이 잘 되어있다는 것은 다른 것도 마찬가지리라. 더 깊게 들어가면 복잡해지니 복지는 그만...^^
작년 모짜르트 탄생 250주년이라고 해서 온 세상이 떠들썩했다. 그때 이 곳에 가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올 수 있을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 비록 250주년 행사는 아니지만 여전히 모짜르트에 대한 여러가지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었고, 이곳은 모짜르트를 빼면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되어버린 것 같다. 200년 전에 생존했던 사람이 20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모짜르트의 영향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몸으로 이렇게 체험할 정도일 줄이야. 잘츠부르크는 모짜르트가 먹여살린다고해서 과언이 아닐만큼 대단하다.
잘츠부르크 거리에는 지금도 또 다른 모차르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음악인들이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실력이 없어 길에서 연주하나보다라고 생각할 텐데 이 곳의 연주자들은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각자 자신들의 음반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프라이드도 대단한 것 같았다. 아마 유명한 음악가들의 기를 받아 태어날 때부터 실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 기억될 만한 것은 잘츠부르크가 주교님의 천국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곳에서 보이는 많은 성들이 왕의 것이기 보다는 주교의 별장과 요새 등등... 정말 왕이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 나 개인적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거부감이 조금 더 크긴 하지만. 사람은 자연 속에서 살아야한다는 것은 다시한번 절실히 느끼고 돌아왔다.
남겨진 일정을 모두 포기하고 이 곳에서 마무리하고 돌아가도 괜찮을 정도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또한 후배를 혼자 두고 와야한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너무나 잘 지내고 잘해낼거라고 믿지만 혼자남겨두고 오는 안쓰러움, 앞으로 다가올 계절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복잡한 마음을 안고 잘츠부르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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