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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오스트리아(Austria)

[비엔나] 우리가 알고 있는 비엔나 커피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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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그라벤 거리의 모습>

드디어 비엔나에도 해가 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늦게 해가 지기 시작하는지라 느껴지는 시간보다 실제시간은 훨씬 더 늦다. 그럼에도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많다. 가는 주말을 보내기가 아쉬운 사람들이겠지. 피터아저씨와 헤어지고나서 거리를 좀 쏘다녔더니 금방 해가 져버린다. 더이상 뭔가를 해보기도, 어딘가를 가기도 힘이 들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비엔나 커피 마시기이다.


커피를 밥먹는 것만큼 좋아하는, 그야말로 커피홀릭인 나로서는 이곳에서의 커피 한잔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곳으로 떠날 때 가방 가득히 커피믹스를 채워왔지만 비엔나에서는 꼭 비엔나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리라 굳게 다짐했었다. 커피의 유명 원산지도, 커피의 유명 가공지도 아닌 비엔나가 무슨 이유로 커피의 고유명사가 되었는지 그 이유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피곤하다보니 어디를 가야하는지, 어떤 카페가 유래있으면서도 맛난 커피를 판매하는지 찾아볼 엄두가 안난다. 시내엔 상상 외로 너무나 많은 카페가 있어 어디로 가야하는지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2바퀴를 더 돌았다. 이젠 목도 너무 타고, 다리도 너무 아프고... 그래서 눈에 띈 한 카페로 그냥 들어가버렸다.


우리가 찾은 카페이다. 그렇게 많이 유명한 건 아닌줄 알았는데 나중에 빈 서역 슈퍼마켓을 갔더니 이 마크(모자쓴 여자)를 한 원두커피가 가득하다. 잘츠부르크 길겐에서 본 걸 보면 우리나라 엔젤리너스 커피나 다빈치 같은 체인 카페인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올 때 이 원두랑 Helmut Sachers원두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비엔나에서 마시는 커피의 기본 셋팅>

두 바퀴를 돌았더니 비엔나 커피고 뭐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원 샷으로 마시고 싶은 마음도 굴뚝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오리지날 비엔나 커피를 마셔보겠냔 생각에 메뉴판을 뒤적인다. 메뉴판엔 눈을 씻고, 다시보고 다시봐도 비엔나 커피는 보이지 않는다. 고국 지명이 붙은 커피가 있다면 자랑할만도 한데 어째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비엔나 커피가 본고장 비엔나에선 볼 수 없는 것일까.

일단 커피를 주문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커피가 나온다.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것이 여러잔의 커피를 시켜도 개인별로 작은 접시에 각각 나온다는 것과 항상 물과 함께 준다는 것이다. 찐한 커피를 즐기다보니 카페인 섭취를 염려한 것일까? 그래서 중화시키기 위해서... ^^ 뭐든 알 수 없지만 물도 함부러 먹기 힘든 유럽에서 커피 한잔과 물을 함께 마실 수 있으니 감사한다.

<아이스 커피>                                                         <아인슈페너>
두 가지 함께 6.9Euro

결론은 비엔나엔 비엔나 커피가 없다!

우리나라 카페에서 마실 수 있는 비엔나 커피는 2가지 종류가 대표적이다. 커피숍에 따라 비엔나 커피라고 메뉴판에 있지만 가는 곳마다 그 형태는 약간씩 다를 수 있다. 가장 대표되는 하나는 '아인슈페너(Einspӓnner)'를 말한다. 아인슈페너는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블랙커피에 휘핑 크림은 얹은 것이다. 가장 가까운 형태의 커피는 모카시럽과 초코시럽이 빠진 카페모카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비엔나 스타일로 마시려면 크림을 휘휘~ 젓지 말고 서서히 녹아들어가는 크림을 맛볼 수 있도록 그대로 마셔야 한다.

또 약간 비슷한 것이 '멜랑주(Melange)'가 있다. 멜랑주는 크림으로 거품을 만들어 커피에 올리는 것이다. 이것은 카푸치노와 비슷하다. 주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엔나 커피가 멜랑주를 말한다. 언뜻 보기엔 카푸치노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카푸치노보다 기포구멍이 작고 밀도가 높아 혀에 닿는 느낌과 맛이 조금은 다르다.

또 한가지의 팁(TIP)!
비엔나에선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스 커피(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다. 아이스 커피를 아이스카페(Eiskaffee)라고 하는데 얼음을 동동 띄운 커피가 아니라 커피원액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스크림과 휘핑 크림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목이 탄 나머지 시원하게 커피한잔 들이켜 시원함을 추구한다면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아이스크림이 먹을 땐 시원하고 좋지만 그 뒷맛의 텁텁함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비엔나에서 아이스 커피가 좋은 것은 좀 전에 말했듯이 물과 함께 준다는 것이다. 시원하게 커피한잔 하고 물로 헹구어내면 그만이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비엔나 커피였지만 돌아와서도 자꾸자꾸 생각나는 커피가 비엔나 커피이다!
돌아온 후 카페에서 비엔나 커피를 매번 시켜봤지만 그 때의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게 바로 '본고장의 맛'이라는 것이겠지. 다시 한번 비엔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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