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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모로코(Morocco)

모로코 천년 고도 페스의 필수 볼거리, 가죽 가공공장 테너리(Tan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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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샤우엔(Chefchaouen)에서 페스(Fes)로 이동한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길을 찾아 나선 곳은 가죽 염색 공장인 테너리(Tannery)였다. 

 

 

 

이른 아침의 메디나 골목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워할 것 같았는데 하룻밤 사이 이렇게 모습이 달라질 수 있을까. 내가 걷는 길이 어제의 그 길이 맞는지 나도 헷갈리는 중이다.

 

 

 

메디나를 살짝 빠져나오니 묘지도 나오고, 넓은 공터도 지난다. 알고 보니 페스 구시가지 성곽을 벗어난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 묘지가 페스 시가지 전체를 내려다보기 좋은 장소라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길을 잃고 조금 헤맸으나 덕분에 페스의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불과 몇 미터를 지나왔는데 이렇게 다른 분위기라니... 

 

 

 

넓은 길을 중심으로 한쪽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또 다른 한쪽은 테너리가 줄지어 있다.

물론 길을 헤매는 동안 이곳이 테너리인 줄은 전혀 몰랐지만... 메디나에선 볼 수 없었던 차들이 이곳에 다 모여 있구나. 요리조리 둘러보면 색다른 느낌의 장소도 많은데 천년고도인 페스의 골목은 너무나 복잡하게 엮여있어 딱히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함정!

 

 

테너리(Tannery) 찾아가기

 

 

테너리는 가죽 가공공장을 뜻한다.

이곳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메디나 골목 중 가죽 판매점이 많은 곳을 찾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죽 상점들은 옥상 전망대를 갖추고 있어 상점 안으로 들어가 옥상으로 올라가면 된다. 물론 관람은 공짜!!! 간혹 호객꾼들이 따라붙으며 설명해준답시고 돈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필요하다면 가이드라 생각하고 함께 둘러봐도 되지만 굳이 필요 없는 경우엔 그냥 가죽 상점 옥상을 찾아가면 된다.

 

사실 이곳에선 구글 지도가 무용지물이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도처에 워낙 많은 호객꾼들이 있어 관광객에게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테너리는 Tannerie Chouara 라는데 구글 지도에서 찾기 힘드니

Tanneries de fes와 Tannery Sidi Moussa를 찾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 역시 호객꾼을 통해 입구 찾기에 실패한 후 외국 여행자에게 물어 찾게 된 곳이다.

그는 10번 가게를 찾아 2층으로 들어가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가죽제품을 굳이 사지 않아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고 알려줬다.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겠다는 호객꾼이 너무 무섭게 돌변하고 난 뒤라 그의 말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페스에서 테너리 근처를 걷고 있으면 많은 호객꾼들이 길을 가르쳐 주겠다고 따라붙는다. 몇몇의 호객꾼들은 거부했을 때 무지하게 화를 내거나 길을 잘못 가르쳐주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을 때 길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던 한 사람이 우리를 테너리 안으로 데리고 갔고, 우리는 여기가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원한다고 하니 막 화를 내며 우리를 내쫓기도 했다.

 

그래도 얻은 게 있다면 다른 여행사진들에서 봤던 큰 규모의 테너리가 아닌 작은 규모의 공장들도 있음을 알게 된 것!

 

 

 

페스라는 도시의 역사(최소 천년이라고 하니...)와 맞먹을 정도로 오랫동안 간직해온 그들만의 전통 염색 방식 덕분에 모로코 가죽제품은 전 세계에서 최고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페스가 가죽 가공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풍부한 물" 덕분이다. 동물 가죽을 벗겨내 씻고 염색을 하는 전 과정에서 많은 물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대부분 민트, 헤나, 인디고, 샤프란, 양귀비꽃 등 천연염료만을 이용해 염색한다. 가장 싼 것은 갈색으로 염색된 가죽, 비싼 것이 샤프란으로 노랗게 염색되는 가죽이라고...

 

 

 

처음 그 호객꾼을 따라 들어가면 바로 앞에서 염색 과정을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대신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또 하나, 독한 냄새를 견뎌내야 한다.

 

가죽을 만드는 전 공정과정을 '무두질'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만큼 완전 공정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동물에게서 생가죽을 벗긴 후 석회로 털을 벗겨내고, 비둘기 배설물로 가죽을 문질러 가죽을 부드럽게 만든다. 1주일 이상 비둘기 배설물에 담가둔 후 매일 마사지하듯 문지르고 마지막에 가죽을 씻어낸다. 그리고는 밀 껍데기로 가죽을 표백하는 과정을 거친 뒤 염색 과정으로 들어간다. 가죽에 색이 잘 배여 나오기 위해서는 적어도 15일 이상 염료에 가죽을 담가둬야 한단다. 이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니 말 그대로 수공이며,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테너리 관람 중 꼭 필요한 것이 이 민트 잎이다. 석회, 비둘기 배설물 등 자연재료를 사용하다보니 냄새가 아주 고약해서 대부분의 상점에서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옥상에서 관람할 때는 냄새로 인한 불편함을 크게 못 느꼈는데 처음 염색공장 안으로 들어갔을 땐 냄새가 아주 독해 민트잎이 없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 호객꾼이 데려갔을 때 거부하고 나온 이유 중 냄새도 배제할 수 없었으니...

 

 

 

 

전망대에서 그들의 공정과정을 관찰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험난한 과정을 묵묵하게 이어오고 있는 그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니, 대단하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통을 지키고 이어오는 그들이 있기에 이렇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와 질 좋은 가죽도 얻을 수 있으니 이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작업이 끝난 가죽들을 건물 외벽에 걸쳐 말리고 있다.

참으로 지난한 과정이다.

 

힘들여 가죽을 씻고 염색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돌아나오니 가죽상점의 가죽들이 전과는 달라 보인다. 자신의 몸까지 염료에 색이 바래는 경험을 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런 전통이 가능하다면 좀더 오랫동안 유지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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