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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네덜란드(Netherlands)

네덜란드의 장난감 마을, 잔담(Zaan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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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가다 정차 중인 역에서 무작정 내린다면?

잔세스칸스에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던 길, 암스테르담까지 겨우 10여분을 남겨두고 출발 직전의 기차에서 내렸다. 예정에 없던 곳이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이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참 잘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잔담이라는 마을에서 내려 역을 나오니 이렇게 요상한 건물이 딱 버티고 있다. 조형물이라 하기엔 너무 거대하고, 건물이라 하기엔 좀 특별해보이는 이곳. 알고 보니 Inntel Hotel이었다. 잔담 마을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담아 건물 외부엔 70개의 집 모양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고, 11층 높이, 160개의 객실을 가진 호텔이다. 특별한 모양을 한 만큼 많은 건축잡지에 실렸고, CNN의 '특별한 세계의 호텔'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건물이 잔담의 전통적 건물 양식이다. 마치 장난감 마을처럼 선명한 색상(초록색이 잔담의 상징)과 곡선, 직선의 조화로운 만남이 처음 만나도 친근감을 가지게끔 만든다. 전통건물과 현대적 쇼핑몰의 만남, 쇼핑의 재미를 배로 높여줄 것 같다.

재미있는 건물모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레고 마을'로도 유명하다.

 

 

잔(de Zaan)강에서 흘러들어오는 운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거리는 잔담의 메인거리이다. 각종 레스토랑, 쇼핑몰 등이 가득하고, 중간중간 휴식 공간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시간적 제한으로 짧은 시간 잔담에 머물러야 한다면 운하를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꽤 볼만하다.

 

<잔담 시티 지도 출처: https://stadshartzaandam.nl/cultuur/>

 

 

 

 

 

 

▲ 왼쪽건물이 Primark 쇼핑몰

 

 

 

언뜻 보기에도 꽤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과 전통건물 모양을 갖췄지만 조금 새것처럼 보이는 것들, 완전 최신의 새로운 건물들이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고 있다. 드높이 솟은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이 부럽지 않다. 깜찍한 건물에 판매하는 물건까지 동화스럽다.

운하거리엔 다양한 쇼핑몰이 모여 있다. 잔담 기차역과 가까운 Primark쇼핑몰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잔담에 오면 이곳에서 꼭 쇼핑을 해야한다고 하기도 한다.

 

 

조금 밖에 걷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작은 운하길의 끝에 다다랐다. 해질녘이라 사람들의 이동도 그리 많지 않아 '돌아갈까'하는 찰나, 왠 종소리가 울린다. 교회의 종소리 같진 않고, 기찻길에서 흘러나오는 신호 같기도 했지만 기차역은 반대편이고... '도대체 뭐지' 하며 코너를 도는 순간, 내 생애 첫 경험을 하고 말았다.

 

 

 

 

 

그건 바로 잔강의 운하를 건너고 있는 작은 배였다. 요즘은 많이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지만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서인지 네덜란드에서는 어렵지 않게 도개교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경험의 짜릿함은 이후에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리라.

 

이곳 사람들은, 꼬마녀석들까지 너무나 익숙하게 배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커다란 아스팔트 다리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이라니...

유유히 운하를 건너간 젊은 뱃사공과 손인사를 나눈 뒤 나도 그 자리를 떠났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잔세스칸스로 향한다. 물론 반대쪽으로 가면 암스테르담으로 갈 수 있다. 여름이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물길여행이 되겠다.

 

 

▲ 잔담 옛시청

 

 

▲ 잔강의 댐 수문

 

 

13세기 만들어진 잔강의 댐이 (수문은 굳게 닫혀있지만)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댐 양쪽으로 만들어진 건물은 하나는 13세기에, 하나는 15세기에 만들었다. 지금은 옆에 또다른 운하를 이용하고 있다.

 

 

 

 

▲ 모네 사진출처: https://www.monetinzaandam.nl

 

 

잔담이라는 이 도시! 무작정 왔다가 의외의 소득을 얻는다.

1871년 모네(Monet)는 잔담을 가족들과 함께 방문한 후 이곳에서 3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 친구에게 '잔담에는 내가 죽을 때까지 그려도 남을 소재들이 있어'라고 한 걸 보면 이 도시가 꽤 맘에 들었나 보다. 그래서 이곳에 2016년 모네 아틀리에를 개장했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모네 그림의 풍경과 비교해 조금 달라진 곳도 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곳도 있어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또 하나, 주의깊게 살펴볼 곳은 담광장(Dam square, 그들은 그저 dam이라고 불렀다)이다.

담광장은 주로 식당들이 모여 있는데 그 식당들은 광장의 중앙지점, 한결같이 표트르 대제의 동상을 향하고 있다. 표트르 대제라는 이름에 비해 작은 규모의 광장이다. 갑자기 이곳에 왜 표트르 대제의 동상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표트르 대제는 당시 세계 최고의 선박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에서 선박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위장취업한 적이 있단다. 1697년 잔담의 주택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선박기술을 배웠는데 그가 살았던 목조주택이 아직 남아있다(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집(1632)중 하나다). 2m에 가까운 장신인 표트르 대제는 너무 쉽게 눈에 띄는 탓에 이곳에 그리 오래 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곳의 주인공이 되었다. 더 재미있는건 선박기술을 배우고자 했지만 특별한 기술이 있었던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축적된 feel~로 만든다는 사실 때문에 돌아갔다는 말도 있단다. 하긴, feel은 배운다고 되는건 아니니 말이다.

 

 

 

 

 

한바탕 잔담시내를 둘러보고 다시 역으로 향하는 길, 물길에 비친 건물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텔호텔(Inntel Hotel)과 호텔 레스토랑

 

 

▲ 잔담시청

 

인텔호텔은 방향을 바꿔가면서 바라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잔강 옆 구시청사에 있던 시청은 현재 잔담역 앞으로 이사했다. 시청도 잔담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을 닮았다. 큰 건물이지만 마치 미니어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 잔담역

 

잔담역에서 나오면 왼쪽에 있는 작은 건물에 관광 안내소가 있다. 제과점과 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 곳에서 지도도 받고, 몇 가지 궁금한 것들도 물어볼 수 있었다. 제과점 아저씨에게... ㅎㅎ

 

여행에선 무모한 선택이 이렇게 멋진 경험을 줄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여행을 좋아할 수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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