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식간에 길어진 강원도 여행 덕분에 손은 바빠졌지만(?) 걸음은 더 여유로워졌고, 즐거움도 훨씬 커졌다.
여유있는 아침을 먹고 숙소에서 나와 인근에 있는 '하조대'로 향했다. 처음 듣는 곳이었지만 숙소 로비에 걸려있던 양양 8경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곳이라 정한 목적지였다.
잠깐의 오르막을 지나고 나니 보이는 육각정, 참 뜬금 없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펼쳐지는 바다와 기암괴석의 어울림이 자태를 드러냈다. 이곳이 왜 양양 8경 중 하나로 꼽히는지 충분히 설명되는 풍경이었다.
'하조대'라는 이름이 유래된 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고려말 새 왕조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하륜과 조준의 성을 땄다는 설과 이루지 못한 사랑의 주인공 남녀의 성을 땄다는 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자가 더 설득력 있는 듯 하다. 고려시대 있었다는 정자는 사라지고(근래에 재건) 돌에 새긴 이름만 남아 있다.
하조대란 이름의 주인공은 사라진 정자였겠지만 지금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기암괴석과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다.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려 저리도 아름답게 자라고 있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기엔 너무 위험하고, 어려워보이는데 어떻게 혼자 힘으로 저렇게 굳건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까... 한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소나무의 왼편으로 저 멀리 하얀 등대가 보인다. 이상하게 등대만 보면 그리움이 폭발한다. 아마도 등대라는 동요의 가락때문이 아닐까 싶다.
등대에 이르는 길 또한 아름다워 걷는 수고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무인등대로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의아했던 것은 하조대보다 이곳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
내겐 하조대의 소나무와 바위가 훨씬 더 인상적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겐 이곳이 그런 곳인가 보다. 하긴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이쁘지 않은 해안가가 어디 있던가.
여름이면 이 작은 모래사장에 자리깔고 바다를 마주해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다음을 기약할 순 없겠지만 참 멋있었던 대한민국의 풍경으로 기억에 오래 자리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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