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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스위스(Switzerland)

[취리히] 세계적 석학들의 놀이터 취리히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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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대학>

취리히 중앙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취리히 대학을 찾았다. 석학들의 산실, 석학들의 요람...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왔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그럴 수 있었는지 한번쯤은 나도 엿보고 싶었다. 1833년 현재의 모습을 갖춘 곳으로 지금까지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키워낸 곳이다. 씨가 다른 것인지 땅이 다른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이곳으로 향햇다.


유명대학이니 그 명성만큼이나 왁자지껄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너무 조용하다. 심지어 오가는 학생들마저 그닥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 어떻게 학교 앞이 이리 조용할 수 있지?', '아니면 다들 도서관에 틀어 박혀있나?' 사람들도 좀 오가고 해야 나도 편안히 이곳을 둘러볼 수 있을텐데 싶어 괜히 학생들을 탓해본다.


사실 뭐 취리히대학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이곳에서 있었다는거, 교육학의 아버지(?) 페스탈로찌가 이곳 출신이라는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이곳 학교를 나왔다는 것 정도... 근데 무엇보다 융(Jung)이 이곳 의과대학을 나왔다는 걸 듣고 사뭇 궁금해졌다. 그의 복잡한 이론세계를 만들어내는데 이곳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 어쩜 그들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니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 대체하고자 했던 내 맘이 더 컸을 것 같다.

 


바깥보다 학교 안은 더 조용했다. 그래서인지 객인 나는 자유롭게 오가지도 못하고, 슬쩍슬쩍 살펴보다 나와야만 했다. 마치 꿈에 그리던 대학을 가보지는 못하고... 하지만 차마 돌아나오진 못하고 창밖에 서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그런 마음이랄까... 누가 나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뭐라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주눅들어서 그런다.


건물을 나와 다른 쪽으로 가봤다. 정문으로 간게 아니라서 이정표도 없고,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교정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만 것도 힘들 것 같고... 건물만 빙빙~ 돈다.

<도서관>


결국 정말이지 밖에서 빼꼼히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도서관을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나 같은 이방인이 들어가볼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겠고, 표지판이 있었는데 가도가도 나오지 않는 복도를 계속해서 걸어들어갈 엄두도 안나고, 내 귀찮음도 한 몫을 하고...


하는 수 없이 그냥 돌아간다. 이젠 하늘도 조금씩 어둑해지고 내 여행도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하는 혼자만의 여행, 참 길고도 짧았던 그리운 여행이다.

 

 

<취리히 공항>

어둠이 가져다 주는 적막인지, 내 여행의 끝머리가 가져다 주는 오묘함인지 분간할 수는 없지만 야릇한 기분으로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취리히는 조금은 무겁고, 가라앉은 회색빛의 이미지를 내게 전해준다. 황홀한 감동을 안겨준 샤갈의 몽롱한 색채도 내 이런 느낌을 깨부수지 못했다. 날씨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날씨때문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그냥 그렇게 다시 올 수 없는 여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리고...

딱 1년 후, 이제야 여행기를 마무리한다. 결국 내 이탈리아, 스위스 여행은 1년이 지난 오늘에야 끝났다. 오늘부터 얼마간 여행의 후유증에 시달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주어지는 그대로 느껴보고 즐겨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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